의학·과학 과학

[1일IT템] "탄소감축해도 지구 기후 회복 안돼"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5 06:30

수정 2022.09.05 06:30

연세대 안순일 교수팀, 기후 시뮬레이션 발표
"기후변화 회복하려면 더 강력한 정책 필요"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북상 중인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인근 앞바다에 집채만 한 파도가 일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오는 6일 새벽 제주를 지나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2.09.04. woo1223@newsis.com /사진=뉴시스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북상 중인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인근 앞바다에 집채만 한 파도가 일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은 오는 6일 새벽 제주를 지나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2.09.04. woo1223@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유럽과 중국, 미국 등 세계 여러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중동지역과 파키스탄 일대에서는 비구름이 집중해 홍수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안순일 교수팀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산업화 이전으로 줄이더라도, 기후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기는 어렵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기후 시뮬레이션을 살펴본 결과, 지구면적의 89% 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축시키더라도 지구의 기후가 회복되지 않았다. 안순일 교수는 "파리협정의 목표인 '탄소 순배출량 0'의 달성이 기후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며, 보다 강력한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러한 가뭄과 홍수, 태풍 등 극단적인 기후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2015년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의 당사국이 참여해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래에 증가한 온실가스 농도를 현재 수준으로 감소시키더라도 지구의 기후가 이전 상태로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온도 회복성이 취약한 지역을 나타내는 '온도 회복성 지도'. 빗금 친 영역은 온실가스 감축 시 원래 상태로 온도가 회복되는 지역을 나타내며, 빗금이 쳐져 있지 않은 지역은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지역을 나타낸다. 색깔은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시기 간에 나타나는 온도의 차이를 나타낸다. 연세대 안순일 교수팀 제공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온도 회복성이 취약한 지역을 나타내는 '온도 회복성 지도'. 빗금 친 영역은 온실가스 감축 시 원래 상태로 온도가 회복되는 지역을 나타내며, 빗금이 쳐져 있지 않은 지역은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지역을 나타낸다. 색깔은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시기 간에 나타나는 온도의 차이를 나타낸다. 연세대 안순일 교수팀 제공
연구진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 및 저감에 대한 기후 회복성을 보여주는 '기후 회복성 지도'를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

우선 슈퍼컴퓨터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 상태로 되돌리는 기후 모형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이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기후 회복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적용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북부, 그린란드 지역 등이 기후 회복성이 취약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후에 대한 핵심 지표인 기온과 강수량에 대한 기후 회복성 측정 시, 전 지구 면적의 89%와 58%에 달하는 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축시키더라도 현재 상태로 회복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의 개발 도상국들에서 기후 회복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선진국 국가들이 위치한 북미, 유럽, 동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후 회복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1저자로 참여한 연세대 김승기 연구원은 "온실가스가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서 제거되더라도 이의 영향은 매우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구상 대부분 지역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해도 기후가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이번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개발 도상국들과 선진국들의 기후 회복력 차이가 유의미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개발 도상국의 잠재적 피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순일 교수팀은 포항공대, 한양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의 연구진이 함께한 이번 연구결과를 기후변화 분야 국제 최고 권위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지난 2일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