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외환보유액 다시 감소…'경제 안전판' 리스크 없나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5 15:55

수정 2022.09.05 15:55

원 달러 환율 1370원대를 넘으며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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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를 넘으며 달러 강세가 지속되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달만에 다시 감소했다. 8월말 4360억달러대로 줄어들며 약 2년전인 2020년 11월 수준으로 축소됐다. 환율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외환보유액 감소는 대외지급능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외환수급 여건을 챙겨 보기 시작했다. 일단 현재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으로 외환보유액 규모도 세계9위 수준이라는 점에서 유동성이나 신용위험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62.6원)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장을 마쳤다.
1370원대를 넘으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2년 8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8월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전달(4386억1000만 달러)보다 21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전달 5개월만에 상승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가 110선을 돌파했다. 지난 2002년 6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1유로 가격 0.9881 달러를 기록해 지난 2002년 이후 약 2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영국 파운드 역시 1파운드당 1.1475달러로 거래되어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 감소세는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692억1000만 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며 올해 2월과 7월 두 차례 소폭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8월말까지 매달 감소했다. 8월말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 2020년 11월 기록했던 4360억달러대 수준으로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줄자 대외 지급결제능력과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여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직접 환율 상황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중첩되며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이라며 "경상수지와 내외국인 자본흐름 등 외환수급 여건 전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그러면서 "최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둔화 등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및 해외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무역구조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외환 당국도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은 과거 외환위기 시기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원화를 포함해 주요국들의 통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약세를 나타내는 상황이고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순채무국이 아닌 순채권국으로 유동성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외환보유액의 적성성과 관련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150%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이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외환보유액이 전세계 9위 수준으로 150%까지 쌓는 것은 비용도 크지만 의미가 별로 없는 기준"이라며 "외환시장에서 지금의 상황은 2008년이나 1997년과 같은 위기와 다르며 우리나라의 신용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우려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전달인 7월말 기준 세계 9위를 유지했다.
중국이 3조1041억 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일본이 1조3230억 달러로 2위, 스위스가 9598억 달러로 3위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임광복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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