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킹달러 쇼크' 에 한달새 21억불 증발… 아직 괜찮다는 정부 [환율 1371원, 외환수급 문제없나]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5 18:10

수정 2022.09.05 18:10

8월 4364억 달러… 감소세 전환
금융당국 '유동성 위기' 선그어
추경호 "외환 수급여건 챙길 것"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마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마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킹달러 쇼크' 에 한달새 21억불 증발… 아직 괜찮다는 정부 [환율 1371원, 외환수급 문제없나]
'킹달러'의 힘에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5일 원·달러 환율은 1370원대를 넘어섰다.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8월 외환보유액도 4360억달러대로 줄어들었다. 2년 전인 2020년 11월 수준이다. 강달러 기조에 환율은 계속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외환보유액마저 줄어든다면 대외지급능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외환수급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했으나 원화가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며 유동성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1달러 1371원, 13년여 만에 최고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62.6원)보다 8.8원 오른 1371.4원에 장을 마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외환보유액도 다시 감소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8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4364억3000만달러로 전달(4386억1000만달러)보다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5개월 만에 반짝 올랐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은 늘었다.

실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는 110 선을 돌파했다. 지난 2002년 6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다. 달러가치가 오르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1유로 가격은 0.9881달러를 기록해 지난 2002년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내려갔다. 영국 파운드 역시 1파운드당 1.1475달러로 거래되어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 감소세는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692억1000만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며 올해 2월과 7월 두 차례 소폭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8월 말까지 매달 줄었다.

■추경호 "외환수급 여건 챙기겠다"

환율이 연일 오르고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돌아서자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대중국 및 반도체 등 주력시장과 제품 수출부진 여파로 경상수지 흑자마저 축소되면 실물경제에 상당한 충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직접 환율 상황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중첩되며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이라며 "경상수지와 내·외국인 자본흐름 등 외환수급 여건 전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둔화 등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 축소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및 해외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무역구조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외환당국도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은 과거 외환위기 시기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원화를 포함해 주요국들의 통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나타내는 상황이고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순채무국이 아닌 순채권국으로 유동성 위험이 작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외환보유액의 적정성과 관련,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150%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이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외환보유액이 전 세계 9위 수준"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우리나라의 신용위험보다는 환율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우려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임광복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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