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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부양 부담 커지는데…"65세 기준 올리자" vs "복지혜택 줄어"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6 14:35

수정 2022.09.06 15:25

지난 4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횡단보도에 서 있다. /뉴시스
지난 4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횡단보도에 서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0% 이상)를 앞두고 '노인'의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로우대 기준 나이를 현행 만 65세에서 70세 안팎으로 조정하는 안을 '만지작 거렸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노인의 기준 연령은 지하철 무임승차, 철도 할인, 박물관·고궁 무료입장 등 고령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가르는 기준이어서 표심과 직결될 수 있어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 연령기준 65세는 시대발전, 건강상태 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노인연령 65세는 19세기 독일의 '철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 시절 연금 제공을 위한 기준에서 유래돼 100년 이상 지난 기준이라는 점도 문제시 되고 있다. 노인연령을 65세로 유지하면 2054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부양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전망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노인연령을 올리면 지하철 등 혜택이 줄어들까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KDI "2100년 74세로 올리면 노인부양률 60%로 낮아져"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란 주제로 발표를 하기에 앞서 영상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란 주제로 발표를 하기에 앞서 영상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이태석 연구위원은 6일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노인연령을 현재와 같이 65세로 유지할 경우, 2054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부양부담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2025년부터 건강상태 개선속도를 감안해 10년에 1세 정도의 속도로 노인연령을 지속 상향조정하는 안을 제안했다. 2100년에 노인연령은 74세가 되고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 대비 노인인구의 비율은 60%가 돼 현행 65세 기준 대비 36%p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위원은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폭과 시기는 고령 취약계층의 건강상태 개선속도를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민간의 기대 형성과 행태 변화, 사회적 제도의 조정기간을 고려해 노인연령 상향 조정 계획을 충분한 기간 동안 사전 예고 하고, 노인연령 상향에 따른 정책적 보완사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복지사업 절반이 연령 기준 65세로 적용
우리나라 주요 노인복지사업의 대상 연령 기준 /그래픽=정기현 기자
우리나라 주요 노인복지사업의 대상 연령 기준 /그래픽=정기현 기자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01년에 OECD 평균을 넘어섰고 2021년 기준 83.7세로 세계 최고인 일본과 유사하다.

반면 합계출 산율은 급감해 1984년부터 OECD 평균보다 낮아졌고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홍콩 등과 2021년 기준 0.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 수명의 증가'와 '합계출산율의 감소'는 전체 인구규모가 감소하고 노인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기형적인 인구구조로 바뀌었다.

노인복지사업 연령은 사업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하철 무임승차, 철도 할인, 박물관·고궁 무료입장 등 65세 이상이 주된 기준으로 활용 되고 있다. 주요 노인복지사업의 2022년 기준 수급연령은 50세~75세까지 다양하다. 49개 주요 복지사업 중 49%인 24개 사업이 65세 이상의 연령 기준, 29%인 14개 사업이 60세 이상의 연령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노인복지사업 관련 법률 및 사업계획에서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 노인 기준 65세를 준용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 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주거약자, 교통약자 관련 법률에도 노인복지법 노인연령 기준을 준용해 65세 이상을 노인 혹은 고령자로 정의하고 있다.

65세 기준은 19세기 독일 비스마르크 시절 유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기초생활 수급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기초생활 수급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65세 노인 기준이 설정된 것은 '철의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시절인 1889년 사상 첫 연금보험 제도를 마련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프로이센(독일의 전신)과 프랑스 간 보불전쟁(1870~1871)으로 독일을 통일한 비스마르크가 연금 지급 대상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잡은데서 유래했다.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에 공을 세운 군인들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인들을 노동시장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연금을 제공한 것이 배경이었다.

유엔도 1950년 고령지표를 내면서 노인 기준을 65세로 잡으면서 비스마르크의 연금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에서 노인연령은 19세기 이후 상당 기간 65세 기준이었으며, 많은 국가들 기준이 65세로 수렴하고 있지만 명시적ㆍ이론적 근거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추세와 노인 건강상태 개선은 관습적인 노인연령 설정방식을 점점 더 부적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기대수명 증가와 재정 여건을 고려해 연금수급개시 연령을 늦추고 있다. 노동 시장에서 퇴장하는 시점의 평균연령인 실효은퇴 연령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유엔은 2015년 80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자는 파격제안을 하기도 했다.

문 정부도 2018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복지정책 대상인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 복지혜택 감소 등 반발과 표심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사안이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하철 혜택 등 노인혜택이 많은데 이같은 복지혜택이 줄어든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노인회중앙회는 지하철 혜택 관련 "사회적 약자의 당연한 권리다.
고령자가 모두 차를 몰고 나오면 더 큰 문제"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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