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76% 위기 단계 지적
법안 정기국회 심사서 빠져
법안 정기국회 심사서 빠져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대부분(96.7%)이 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 10명 중 9명은 반도체 산업이 위기 직전이거나 현재 위기라고 진단했다. 7명은 위기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으므로 경쟁국 사이에서 세련된 외교정책과 특단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응답자의 76.7%가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위기상황 직전이라는 응답도 20%였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43.4%는 현 상황이 과거 반도체 산업 최대 위기였던 2016년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이나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등과 비교해 더 심각한 것으로 봤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을 꼽았다. 이와 함께 인력 양성(30%), 연구개발(R&D) 지원 확대(13.3%),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3.4%) 등을 들었다.
문제는 반도체 위기가 내년에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전문가의 96.6%는 내년에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응답자의 3.4%만 올해 안에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위기가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58.6%)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내년까지는 24.1%, 내년 상반기까지는 13.9%로 각각 집계돼 리스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 와중에 반도체 시설투자 시 대규모 세금감면을 해주는 반도체특별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양향자 의원이 지난달 4일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국민의힘이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한 법안이다. 하지만 국회가 7월 15일까지 발의된 법안을 심사법안으로 정했기 때문에 반도체특별법은 심사대상에서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들이 해당 법안에 패스트트랙 등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이 법안이 다른 민생법안보다 시급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이른바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의 9월 정기국회 통과가 불발된 것이다. 미국 의회가 자국 이익을 위해 인플레감축법(IRA)을 2주일 만에 신속 처리한 것과 비교된다. 국가안보가 위태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느 나라 야당의 구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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