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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들 '주주이익' 보호해라".. '물적분할 개미 피해방지법' 국회 문턱 넘을까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7 05:30

수정 2022.09.07 07:39

野 정무위 이용우, 이사 충실의무에 주주이익 보호
의무규정 담은 상법개정안 발의.. 법안 통과 촉구
"물적분할시 개미 비례적 이익도 고려해야"
시민단체들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 효과"
"주식매매청구권·신주우선배정권이 더 효과적" 반대 의견도
재계 반대에 정기국회 통과 여부는 안갯속
지난 8월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뉴스1.
지난 8월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사진=서동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주식회사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동학개미'(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회사 이사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회사 뿐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법안에 찬성하는 쪽은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고, 이사가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져버릴 경우 소송의 준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선 이사에게 지나치게 포괄적인 의무를 지게 하는 데다, 주식매수청구권·신주우선배정권이 개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더 효과적 수단이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재계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개미 피해 방지법'이 정기국회 문턱을 넘을 지 주목된다.

■野 이용우·한투연 "이사들,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해야"
법안을 발의한 이용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당국이 최근 물적분할 관련한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하는 의무를 부여한다면 위 방안이 법적 기반을 가지고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우리 기업들은 자본시장에 진출하면서 자금조달을 할 때만 '주주 대접'을 한다"라며 "주주를 주주답게 대접해야 한다.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그 (비례적) 이익을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우리 증시는 경제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 장세가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배주주가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리까지 보호해야 선진적 자본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위 20개 기업의 지분 98%를 국민이 소유하는 상황에서도 주주권리가 침해되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선 상법 개정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하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편시 일반주주 보호방안. 그래픽=정기현 기자.
지배구조 개편시 일반주주 보호방안. 그래픽=정기현 기자.

"주주 이익도 대변하라".. 금융당국도 '물적분할 개미피해 방지' 본격화
이 의원은 지난 3월 22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규정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회사에 영향이 없더라도 일반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비례적 이익이란 대주주와 소주주 모두 자기 주식에 비례해서 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회사 이익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없다.

때문에 물적분할, 합병과 같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특정 주주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기업의 총 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이사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대주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변경돼도 개인 투자자가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셈이다.

지난해 LG화학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는 것을 비롯해 SK케미컬과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등으로 쪼개기 상장을 감행하면서 모회사의 주식가치가 떨어졌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합병의 경우에도 이사들이 소액주주의 이익은 등한시하고 지배주주 이익 중심의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물적분할 제도개선 방안. 금융위원회 제공, 뉴스1.
물적분할 제도개선 방안. 금융위원회 제공, 뉴스1.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뉴스1.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뉴스1.

이에 이 의원은 "이사의 부당한 의사결정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등의 준거를 마련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한국 기업은 규모에 비해 시스템이 후진적이다. 지배구조가 소수의 이익을 위해 개편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집단소송을 할 만한 근거들이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번 상법 개정안을 통해 물적분할 외에도 합병, 자사주 처분 등의 차원으로까지 관심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개미투자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물적분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일 △물적분할 공시 강화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심사 강화 등 3중 보호장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주식매매청구권, 신주우선배정권이 더 효과적" "소송남발 우려" 반대 의견도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물적분할로 인한 개미 피해를 방지하는 다른 대안들이 있는 상황에,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를 넣는 건 '과도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어서다. 집단소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무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보통 이사의 충실 의무는 회사에 대한 책임이다. 회사에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면 물적분할을 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회사와 소수 주주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물적분할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상법의 기본 원리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식매수청구권, 신주인수배정권처럼 회사의 이익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만큼 이런 대안들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집단소송에 대한 준거를 마련하면서 소송전이 남발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사들의 결정에 배임, 손해배상 관련 소송들이 난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도 물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선을 제한하는 방안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 이같은 내용이 이사들의 의사결정을 위축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 교수는 "대기업 뿐 아니라 IT기업에도 불리한 이슈이기 때문에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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