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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넘치는 미 석유가스 업체들, M&A 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7 07:44

수정 2022.09.07 07:44

[파이낸셜뉴스]
미국 텍사스주 러빙카운티 멘톤의 퍼미안분지 유전지대 석유저장고에 2019년 11월 22일(현지시간) '원유'라고 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올들어 유가, 가스가격 폭등으로 돈이 넘쳐나는 미 석유·가스 업체들이 그 돈으로 인수합병(M&A)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뉴스1
미국 텍사스주 러빙카운티 멘톤의 퍼미안분지 유전지대 석유저장고에 2019년 11월 22일(현지시간) '원유'라고 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올들어 유가, 가스가격 폭등으로 돈이 넘쳐나는 미 석유·가스 업체들이 그 돈으로 인수합병(M&A)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뉴스1

미국 석유·가스 업체들이 유가, 가스 가격 폭등으로 돈이 넘쳐나면서 인수합병(M&A)에 혈안이 되고 있다.

화석연료 가격은 러시아가 2월 24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큰 폭으로 뛰었다.


유럽연합(EU)이 화석연료 업체들에 '횡재세'를 물리려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넘쳐나는 돈을 경쟁사 인수에 투입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잇단 합병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EQT가 경쟁사인 THQ 애팔래치아 인수를 거의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약 5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THQ 애팔래치아는 미 북동부 마셀러스 셰일 유전지대에서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지역을 관통하는 가스관까지 소유하고 있다.

6일에는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에 걸친 퍼미안 분지내 최대 광물채굴·면허권을 갖고 있는 시티오로열티스와 브리검미네럴스 간 48억달러짜리 합병 발표도 있었다.

두 업체 주가는 이 지역 시추 활동 증가와 채굴권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난 1년간 각각 40% 넘게 폭등했다.

앞서 2일에는 석유메이저 엑손모빌과 셸이 캘리포니아에 만든 석유·가스 생산 합작 벤처 에이라에너지를 독일 자산운용사 이카프(IAAV)에 약 40억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 생각 바꿔
석유·가스 산업은 기후위기 속에 각국이 화석연료 퇴출 계획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과정, 그리고 올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도 올해 셰브론과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 옥시덴털의 경우 이미 버크셔가 최대 주주가 됐고, 미 규제당국으로부터 지분을 50%까지 늘려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석유·가스 산업은 가격 폭등으로 현찰을 쓸어 담으면서 다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회계·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 석유·가스 업체들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자유현금흐름 규모가 27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0년에 걸친 급속한 현금 고갈 흐름을 뒤집는 것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이날 약 8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화석연료업체들에 막대한 현금을 안겨줄 고유가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석유·가스 업체들이 막대한 현금을 자사주 매입, 배당 등으로 주주들에게 환급하고, 부채 축소에도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지만 경영진들의 생각은 다르다.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은행들은 석유·가스 업체 경영진이 이를 주주에게 모두 환원하기보다 미래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에 투입해 덩치를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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