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실리콘밸리' 벵갈루루, 폭우로 인해 물난리
시민들, SNS로홍수 피해 풍자 및 실시간 상황 공유
벵갈루루 도시계획, 폭우 대비되어 있지 않다 지적
【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인도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인도 카르나타카주 IT 허브 도시 벵갈루루가 폭우로 인해 침수되면서 우버(Uber)앱 예약 페이지에 택시 대신 배가 등장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주 정부에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인도 누리꾼들이 나서 각종 풍자를 통해 당국의 무능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벵갈루루 지역 대부분이 지난 4일부터 지속된 비로 인해 물에 잠겼다. 인도 기상청은 이번 폭우는 1998년 이래 벵갈루루에 닥친 최대 규모의 물난리라고 밝혔다.
익명의 한 IT업계 종사자는 잊은 물건을 찾으러 사무실에 도착한 이후에야 사람들이 전부 대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긴장되는 상황이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시민의 반응이 그와 같지는 않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우버앱 예약 페이지에 자동차 대신 보트를 집어넣어 "우버가 벵갈루루에 보트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라는 글을 올렸으며, 다른 여성은 "집 앞에서 이색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라며 사람들을 구조하러 다니는 구명보트의 모습을 공유했다. 벵갈루루 지역 신문은 "공짜로 집 안에 풀장이 생겼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흙탕물이 가득 찬 거실의 모습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주 공무원들을 비롯한 정부의 대처 또한 정면으로 비판받고 있다. 도시에 설치된 빗물 배수관의 진흙이 제때 제거되지 않은 것이 홍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바사바라즈 봄마이 카르나타카주 수석 장관은 홍수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벵갈루루에만 30억 루피(약 520억)의 예산을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벵갈루루의 도시 구조가 폭우에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계획으로 인해 이번 홍수가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벵갈루루에는 150여 개가 넘는 호수가 있으며, 이번 비로 인해 164개의 호수가 범람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라비찬더는 "벵갈루루는 저수조를 IT 허브로 만들려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자연은 우리 사정을 신경 써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홍수로 인해 지금까지 62명이 긴급 구조되었으며, 22세 여성이 스쿠터를 타다 감전사를 당하기도 했다. 도시에 위치한 대부분의 IT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학교 수업 또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인도 기상청은 이례적인 폭우가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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