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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에 시진핑, "핵심기술 체계 갖춰 당·국가 지도력 강화"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7 13:08

수정 2022.09.07 13:08

-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우주 등 美경쟁 분야의 '돌파구' 찾기 위해 관련 산업 장악력 강화 주문
5일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개막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개막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전국 체계를 완비하라고 지시했다. 또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지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 우주 등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의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영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 변경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오후 중앙전면개혁심화위원회 제27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중대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당과 국가의 지도력을 강화하고 시장 메커니즘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명령했다.

회의는 핵심기술을 다루는 새로운 전국적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와 시장, 사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과학적으로 조정하며 메커니즘을 최적화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략기획과 시스템 배치를 강화하고 국가전략목표 방향을 견지하며 중국의 산업·경제·국가안보와 관련된 몇 가지 중점 분야에 대한 목표로 삼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선도적 우위를 가진 핵심 기술과 미래 발전을 선도하는 첨단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 지목한 중점 분야와 돌파구는 미국의 제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 제재를 가할 즈음부터 중국은 이른바 ‘굴기’를 외치며 자력갱생을 기조로 삼아왔다. 중국은 당장 반도체만 놓고도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대기금)를 통해 산업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대기금과 관련된 고위 인사들이 사정 당국의 표적이 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성과도 급진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회의 결정은 당과 정부가 직접 투자와 지원 등 산업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미국에서의 투자”라면서 “미국이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특정 기술 분야를 지배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견제를 위한 구체적 산업을 열거했다.

그동안 반도체 대기금이 SMIC, YTMC, 상하이화훙, UNISOC 등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전반적 기업에 투자됐으나 중복·부실 투자로 ‘눈먼 돈’ 취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당의 중앙 집중적 통합적 리더십을 강화해 권위 있는 의사결정 지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문구도 같은 맥락으로 평가된다. 회의는 “혁신 자원을 최적화해 배치하라”고도 주문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톈위룽 수석 엔지니어는 전날 스마트 경제 포럼에서 “AI, 첨단 제조, 디지털 경제의 심층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부서·지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는 에너지, 공업, 건축 등 중점분야 자원 절약이 중국의 기본 국책이며 고품질 발전을 추진하는 중대한 임무라고 규정했다. 이어 사치와 과소비를 반대하며 전 국민이 전략을 숭상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원자재 가격 상승, 소비 부진, 전력난, 제로코로나 봉쇄 등 안팎으로 하방 압력 요소들이 산재한 상황이다.
그러나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대표적 내수 국가임에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주민들이 지갑을 꽁꽁 닫으면서 핵심 경제지표인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시 주석의 3연임 대관식을 불과 40일여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예 방향을 틀어 ‘소비 부진’을 ‘절약 성과’로 포장시키려는 속내가 깔린 것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시 주석은 “새로운 발전 이념을 완전하고 정확하며 전면적으로 실행하고 경제·사회 발전의 전 과정과 모든 분야에서 자원 절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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