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원화 약세 부추기는 유로화...이유는

뉴시스

입력 2022.09.07 14:33

수정 2022.09.07 14:33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작년 12월 30일 저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청사에 불빛이 켜져 있는 모습. 2022.08.28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작년 12월 30일 저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청사에 불빛이 켜져 있는 모습. 2022.08.28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에 달러화가 초강세인 가운데 유로화는 20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요국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유로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원화 약세가 국내 증시 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등 우리 금융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로화는 전날인 6일(현지시간) 1 유로당 0.9897 달러에 마감했다. 유로화는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1 유로=1 달러'인 패리티(등가)가 무너진 바 있다.

유로화가 0.99달러선을 무너진 것은 장 마감 기준으로 2002년 10월 30일(0.9838달러) 이후 20년 만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유로·달러 환율이 패리티에 도달해 1 유로당 1 달러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역대 두 차례 뿐이다. 1982년 패리티 도달 후 1986년까지 지속했다. 또 2000년에도 패리티에 도달한 후 2002년까지 지속한 바 있다.

최근 유로화 약세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인해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주요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연일 유로존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할 것이라며 위협하고 있다.

앞서 2일(현지시간) 러시아는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의 가스 공급 재개를 하루 앞두고 가스 누출이 발견됐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유로존에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 스트림-1'을 패쇄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했다.

물가 급등으로 영국과 독일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유로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7월 영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10.1%나 오르면서 두자리 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1982년 이후 40년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존 물가상승률도 8.9%를 기록하며 9%에 육박했다. 이는 상승 속도가 한 풀 꺾인 미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반면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10을 돌파했다. 6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63% 오른 110.203에 마감했다. 달러인덱스는 장중 110.540까지 올라가는 등 종가 기준으로 200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10을 넘어섰다.

달러인덱스는 국가별 경제규모와 교역량 등을 기준으로 정해졌는데, 유로화 57.6%, 일본 엔화 13.6%, 영국 파운드 11.9%, 캐나다 달러 9.1%, 스웨덴 크로나 4.2%, 스위스 프랑 3.6%로 구성된다. 유로화가 전체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달러 강세에 유로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8일(현지시간)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책금리가 1.25%로 오르면서 미국과(2.25~2.5%)의 금리차가 다소 좁혀지게 돼 유로화 강세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긴축으로 인해 유로존 경기가 악화될 수 있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유로존을 둘러싼 악재로 인해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ECB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해도 경기 악화 우려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독일 등 유로존 국가들이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가스 비축량을 늘리고 에너지 사용을 다변화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있지만 넉넉한 물량은 아니라 경계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유로존 경기 침체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여건 상 달러 강세에 연동돼 원화 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경기가 침체될 경우 세수 감소 등으로 남유럽 부채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팬더맨털 약화로 원화가 뚜렷한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추이와 원화 가치가 동조화될 여지가 큰 상황인 만큼 유로화 가치 추가 하락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이 패리티에 도달했던 시기를 보면 앞으로도 달러화 강세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 증시 추가 하락에 따른 국내 증시 하락과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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