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연준은 20~21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6월, 7월에 그랬던 것처럼 0.75%p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역시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처럼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례적으로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 0.75%p 인상 가능성 82%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7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자료를 인용해 연준이 21일 0.75%p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채권선물 시장에서는 82%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달 FOMC에서 0.75%p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6일 잭슨홀 연설을 하기 직전만 해도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파월 의장이 경기둔화라는 '일부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력한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못박은 뒤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파월에 이어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WSJ 인터뷰, 7일에는 연준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뉴욕연설까지 0.75%p 금리인상을 가리켰다.
경제지표 역시 0.75%p 금리인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2일 노동부가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신규고용 흐름을 보여줬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6일 공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지수 역시 시장 예상보다 높은 확장세를 보임에 따라 미 경제가 고강도 금리인상을 더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브레이너드 "필요한 만큼 지속한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7일 고강도 금리인상 의지를 재확인하며 0.75%p 금리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브레이너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만큼 지금의 (고강도 금리인상)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지금까지 연준이 이전 (금리인상) 사이클의 고점수준까지 급격하게 금리를 끌어 올렸다"면서 "(그러나) 정책 금리는 앞으로도 더 올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월,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총재, 브레이너드 부의장 등 이른바 '연준 3인방'이 한 목소리로 강력한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윌리엄스 총재도 지난달 말 WSJ와 인터뷰에서 고강도 금리인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CB도 0.75%p 인상카드 만지작
ECB 역시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0.75%p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세로 조만간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 성장을 희생할 것이란 전망이 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가 앞서 지난달 연준의 잭슨홀 심포지움에 참석한 자리에서 '점보'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하며 그 문을 열었다.
슈나벨 이사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수개월 안에 최소 10%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75%p '점보' 금리인상이 실행 가능한 옵션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점진적 인상보다 초기에 강력하게
연준이 오는 21일 0.75%p 금리인상 대신 올해 남은 3차례 FOMC에서 매번 0.5%p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도 옵션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다. 9월, 11월(1~2일), 12월(13~14일) FOMC에서 0.5%p씩, 모두 1.5%p를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 효과로 보면 초기에 강력하게 고삐를 잡고 나중에 금리인상 폭을 느슨하게 잡는 방법이 더 낫기 때문에 점진적 인상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ECB 역시 연준처럼 초기에 고삐를 바싹 잡을 전망이다.
베렌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분석노트에서 "금리인상을 초반에 집중하는 것이 점진적인 접근법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ECB의) 0.75%p 금리인상은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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