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명절 앞둔 포항은 '눈물바다'..대통령 재난매뉴얼 재검토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8 08:21

수정 2022.09.08 08:36

[파이낸셜뉴스] 한가위 명절연휴를 앞둔 포항이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사망자가 9명을 넘기면서 '눈물 바다'가 되고 있다. 이중 포항 시내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무려 7명이나 사망하면서 유가족과 이웃들의 슬픔이 계속되고 있다.

8일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전국에서 발생한 총 11명의 사망자중 9명이 포항에 집중됐다. 인덕동 아파트 2개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7명, 오천읍 아파트단지에서 1명, 오천읍 도로 인근에서 1명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포항 사망자 9명중 무려 7명이 인덕동 지하주차장에서 나왔다. 포항에선 아직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도 1명이 남아 있다.
80대 장기면 주민 1명이 농경지를 점검하러 나갔다가 실종된 상태다.

명절을 앞두고 태풍으로 인한 최대 피해지역이 되면서 포항 시민들은 슬픔에 잠겨 있다. 인동동 지하 주차장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이어지면서 더욱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을 찾았다. 윤 대통령이 폭우로 7명이 사망한 남구 인덕동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을 찾았다. 윤 대통령이 폭우로 7명이 사망한 남구 인덕동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실종 사망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조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7일 오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실종 사망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조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엄마 '껌딱지' 중학생, 효자아들, 금슬 부부 등 슬픈 사연 이어져

포항 지하 주차장 사고현장에서 유일하게 구출된 여성 생존자인 50대 여성은 함께 주차장에 내려갔던 아들을 잃은 애틋한 사연이 전해져 포항 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평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걱정돼 주차장에 함께 내려갔던 15살 중학생 아들은 목숨을 잃었다.

자동차에 타지 않았던 김군은 급격히 불어난 빗물에 차 문을 열지 못하고 차 안에 갇힌 어머니를 발견하고는 운전석 문을 열어 어머니의 탈출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 지하 주차장의 수위는 가슴까지 금새 차올랐다.

턱 밑까지 차오른 흙탕물속에서 함께 탈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수영을 잘하는 아들이라도 살리기 위해 먼저 나가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은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키워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라는 말을 남겼던 것으로 알려져 슬픔이 더했다.

홀로 남겨져 배관 위에서 14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 김씨는 소방 수색 대원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김군은 지하 주차장 뒤편 계단 인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면서 포항 시민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빈소를 찾은 김군의 친구들은 평소 친구들을 웃게 해주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재미있고 착한 친구였다고 슬퍼했다.

이외에도 60대 부부와 50대 효자 아들 등의 안타까운 사망도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50대 효자 아들은 3남매중 맏아들로 '결혼보다 어머니가 좋다'며 20여년 전부터 노모를 모시고 이 아파트에서 살아 왔다. 죽은 효자 아들 뒤로 홀로 남겨진 어머니의 슬픔은 커지고 있다.

또한 주차장에서 함께 변을 당한 A(70대)와 B(60대)씨 부부는 평소 금슬이 좋았다고 이웃들이 안타까워했다.

■대통령, 태풍 참사자 빈소 직접 방문..재난매뉴얼 전면 재검토 지시

포항시는 포항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 현장과 함께 분향소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등은 이날 포항시 북구 용흥동 경상북도 포항의료원에 차려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사망자들의 빈소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오열하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8분 만에 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차올랐다고 들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제가 더 철저하게 챙기겠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태풍이 이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지 하루 만에 신속한 결정이 이뤄졌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물적 피해는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지만, 인명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사람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며 "확고한 원칙에 기반한 재난 대응 체계로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태풍 '힌남노' 집중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서 해병대원들이 피해 복구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7일 태풍 '힌남노' 집중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서 해병대원들이 피해 복구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사진=뉴스1
8일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고로 3개가 모두 가동이 중단돼 비상이다. 흙탕물에 뒤덮인 자재창고를 직원들이 빗자루로 쓸어내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8일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고로 3개가 모두 가동이 중단돼 비상이다. 흙탕물에 뒤덮인 자재창고를 직원들이 빗자루로 쓸어내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포항 사유시설 피해액도 1조 7천억원에 달해..이재민 761명

포항시에 따르면 전일까지 이재민은 대송면 262명, 구룡포읍 186명, 청림동 51명, 오천읍 46명 등 모두 761명이다. 재산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유시설 피해액은 1조 70000억원, 공공시설 피해액은 300억원이다.

사유시설 피해는 기업체에 집중됐다. 시는 포스코 조업 중단, 현대제철 공장 가동 중지 등 모두 92개 기업이 1조50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3개의 고로가 모두 가동이 중단돼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또 주택·상가 파손 또는 침수 1만1900건, 옹벽 파손 300건, 15개 전통시장 내 점포 1760개 침수, 농경지 1950㏊ 피해, 차량 1500여 대 침수, 정전 912건, 문화재 피해 1건이 있다.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 및 하천 668건, 산사태 70건, 교량파손 102건 등이다.
시는 아직 피해조사 초기 단계여서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하면 피해 금액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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