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방어권 보장 강화로 구속재판 줄어…형집행도 감소세
#.중국인 유학생 A씨(23)는 보이스피싱 조직 현금수거책 역할을 맡아 지난 2020년 11~12월 서울 일대에서 7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에게 2억5900만원을 갈취했다.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재판부는 지난 8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가 변론 종료후 도주해 형 집행이 어려워졌다. 중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맺어져 있지 않아 A씨를 송환하기도 힘들다.
구속 재판이 줄면서 '자유형 미집행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급증
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자유형 미집행자는 지난해 2021년 5340명으로 전년도 4548명에 비해 17.4% 늘었다. 그간 자유형 미집행자 규모를 보면 지난 2017년 4593명을 나타낸 이후 2020년까지는 4500명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반대로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를 통한 형집행률은 감소 중이다. 형집행률을 보면 △2017년 69.4% △2018년 66.6% △2019년 65.6% △2020년 55.5% △2021년 54.3%를 나타냈다.
자유형 미집행자 증가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불구속 재판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구속이 되지 않은 피고인들이 재판 중이나 후에 형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형사 공판사건에서 구속 인원은 △2017년 2만8728명(10.9%) △2018년 2만4876명(10.4%) △2019년 2만4608명(10.0%) △2020년 2만1753명(8.4%)으로 매년 감소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재판은 피고인 불구속이 원칙이므로 미집행자 발생은 형사사법시스템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코로나19 대유행 및 피고인 방어권 보장 등으로 구속 집행의 어려움이 있어 미집행자가 증가하는 추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죄질 나쁜 경제사범, 구속해야"
도주자들의 도피 수법도 다양해져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9일 절도죄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뒤 도주한 자유형 미집행자 B씨를 검거한 바 있다. B씨는 인천 등지에서 여장하며 도피 생활을 했다고 한다.
국내 도피자의 경우 검거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국외로 도망간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 받은 도주자 검거를 위해 해외까지 수사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외 도주의 경우 공소 시효가 중단되기는 하지만 스스로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해외로 도피한 자유형 미집행자 중에는 보이스피싱 범죄나 마약범죄에 연루된 국제조직 말단 사범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범죄 유형별 도주 가능성에 대한 통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도주 가능성이 높은 범죄 유형을 파악해 효과적인 구속재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송광섭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도박, 경제사범 등 범죄 유형별로 도주 가능성을 판단해 자유형 미집행자에 대한 수사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이스피싱 등과 같이 말단이 주범으로 성장하는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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