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이런 움직은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압박 때문이다. 이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앞세운 중국 공산당과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과거 소련시절 사회주의 색채가 여전한 러시아 대 서방 자유민주주 국가간 이념 대결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양국의 협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4월 중국 장쑤성 톈완과 랴오니성 쉬다바오 원전 개공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방식으로 참석하면서부터 양국 협력은 가속했다. 두 지역에 건설되는 원전에는 러시아의 기술이 사용됐다.
이후 같은 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75분간의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전략적 협력 관계 및 전방위적 협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외교적 보이콧 바람이 불었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고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아시아·태평양 지역 확장에 반대하는 한편, 전략적 협력의 뜻을 재천명했다.
중·러 협력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절정으로 가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은 전력을 다하는 미국의 대중 견제를 뚫어내기 위해 강력한 동반자가 필요로 했다. 양국의 이익이 접점은 찾은 셈이다.
중국은 러시아에 직접적인 무기나 병력 지원 등 국제사회의 제재와 충돌하는 행동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일까지 러시아 주도로 진행한 다국적 군사훈련 '보스토크-2022'에 최초로 육·해·공 3군을 모두 참여시키는 한편 중국내 권열 서열 3위 리잔수 상무위원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했다.
가오페이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EEF는 러시아에 매우 중요한 경제 포럼"이라며 "리 위원의 참석은 양국이 양자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과 러시아 간 포괄적 전략적 협력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러 협력의 마지막 퍼즐은 무려 2년 8개월 만에 해외 순방에 나서는 시 주석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 계획하면서 맞춰졌다.
중국, 러시아가 미국를 상징되는 서방 진영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은 결국 양자 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시 주석이 SCO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스크바 방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 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상무위원이 이번주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것 역시 눈에 띈다고 했다.
가브에프 연구원은 "중국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제재를 위반하는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있지만 확실히 러시아를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중립이라면 확실히 친러 중립"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가스 공급 대금을 달러에서 루블·위안화로 대체하기로 중국과 계약하기로 하는 등 경제적으로 더욱 결속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미 행정부 관계자와 군사 전문가들은 양국 간 협력 수준을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훈련과 경제 동맹, 성명 등을 근거로 양국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는 데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WSJ는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중국과 러시아는 60년 이래 어느 시점보다 더 협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러의 이런 초밀착 협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동맹관계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반(反)미국'는 맞지만 역사적으로 동맹에 가깝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러는 사회주의 국가로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1960년 대들어 공산주의 이념 분쟁인 이른바 중·소(중국·소련)대립으로 무력 충돌까지 빚었다.
결국 중국은 소련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섰다. 당시 마오쩌둥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2년 '상하이공동성명' 발표, 이후 1979년 미국과 정식 수교를 하면서 소련과 멀어졌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들어서면서 양국은 다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양국 관계와 중·러의 경제적 위치가 변화하면서 다소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다.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SCO 등 공동협력체에 묶여 있지만 이마저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중국이 일대일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상충하고 있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러의 이같은 입장은 주요 관리들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지난 3월 홍콩 봉황위성 TV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는 금지구역은 없지만 마지노선은 존재한다"며 "이 마지노선은 유엔 헌장의 원칙이자 공인된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으로서 우리가 따르는 행동지침"이라고 했다.
친 대사의 이런 발언은 러시아와 군사·경제 상호협력은 가능하지만 러시아의 바람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은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한 적이 없고 무기 지원이나 제재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과 러시아 관계 강화는 파트너십이지 동맹이 아니며 제3자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WSJ도 중·러시아가 완전한 군사동맹으로 꽃을 피울 것 같지는 않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2500마일(약 40만㎞)의 국경을 공유하는 양국은 중앙아시아와 인도, 북극에 대해 경쟁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완전한 동맹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중국의 대러 협력은 '화이부동'(和而不同·화목하게 지내지만 같지는 않음)이라도 축약할 수 있다.
중국 환국시보는 최근 중·러 관계는 동맹이 아닌 동반자(結伴不結盟) 관계라고 정의하며 현재 양국 협력은 상호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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