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유재규 최대호 기자 = "한국으로 시집온 지 5년 됐는데 여전히 시장오는 게 재밌어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하루 앞둔 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위치한 못골종합시장은 발디딜 틈도 없이 손님들로 붐볐다.
신종 코로나비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맞는 세 번째 추석으로, 이번에는 거리두기가 해제됐는데 확실히 감염세가 심했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몸빼바지라고 불리는 왜바지를 판매하는 곳에는 60대 여성과 그의 외국인 며느리는 "착용감 좋냐"며 상인에게 물었다.
1만5000~1만8000원 정도 가격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던 60대 여성은 며느리에게 2장을 건넸다.
A씨(27, 여, 캄보디아 국적)는 "한국으로 시집온 지 5년 됐다.
호객행위 하는 상인들 중, 정육점 상인들의 목소리가 제일 우렁찼다.
"아롱사태(호주산) 1근 9000원" "양지사태(한우) 1근 2만3000원" 라고 외치는 상인들 속, 가격을 유심히 보는 손님들도 보였다.
시민 B씨는 "막내아들이 오늘 저녁에나 온다는데 좋아하는 불고기 반찬을 해주려 한다"며 꼬깃꼬깃 구겨진 1만원 짜리 지폐 3장을 지갑에서 꺼내 상인에게 건넨 뒤, 1근을 받아 갔다.
명절은 역시 떡과 전집이 단연 인기다.
동태전, 꼬치전, 동그랑땡 등 다양한 전이 한 팩의 가격은 5000원. 손님들이 너나할 것 없이 구입했다.
기름냄새가 고소한 전이 팔려갈 수록 가게 뒤편에서 열심히 전을 굽는 직원의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언니, 떡 하나 잡숴봐"라며 한 상인이 떡을 고르고 있는 시민에게 오색송편 한 개를 건넸다.손님은 떡을 한 입 베어문 뒤, 유모차에 있는 아기에게도 "아~"하며 먹였다.
반쪽자리 떡에도 한 입 가득 오물오물 먹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시민은 오색떡을 두 팩에 1만원에 구입했다.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에 몸을 약간 의지한 채 과일가게까지 힘겹게 발걸음을 옮긴 한 노인은 사과 7개를 1만원에 사갔다.
탐스럽게 생긴 배 4개는 1만원, 주렁주렁 달린 포도 4송이도 1만원, 바다(?)건너 온 제주단감 4개도 1만원 등 상인은 "원하면 더 깎아드릴게"라며 지나가는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생선가게는 조상님 차례상에 어떤 생선을 올릴까 고민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조기 5마리 1만5000원, 오징어(국내산) 4마리 1만2000원, 임연수 2마리 9000원 등 생선은 상인들이 햇볕이 뜨거운 낮시간에 상하지 말라고 얼음 위에 전시했다.
'싱싱하냐'고 묻는 시민들의 질문이 끝나기도 무섭게 "싱싱하지 않으면 가지고 오셔. 내 환불해 드릴게"라며 바로 맞받아치는 상인들의 너스레에 손님들은 실소를 지었다.
시장 한켠에 마련된 분식집.
떡볶이 1인분 3000원, 순대 1인분 4000원으로 약간의 허기를 달래는 손님들이 보였다.
자리도 마련돼 있지 않지만 시민들은 "서서 먹는 즐거움"이라며 구입한 물건들을 자신들의 발 앞에 놓고 이쑤시개로 떡볶이, 어묵 등을 콕콕 찍어 먹었다.
못골종합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영동시장에서 만난 20대 남성 C씨는 본가인 서울로 올라가기 앞서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약초가게에 멈춰선 C씨는 "부모님이 평소 '즙'으로 된 음료를 좋아하신다"며 "취향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녹용즙'(30봉 5만원)을 사서 올라가려 한다"고 전했다.
가격흥정이 안되자 덤으로 밤 대여섯개를 더 올려주는 상인은 "언니(손님)가 예뻐서 더 주는겨"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호두(국산) 1되 1만5000원, 공주햇밤 1되 8000원 등 견과류를 구입한 손님들도 기분좋게 돌아서곤 했다.
한 상인은 "지난해는 특히 너무 어려웠다. 올해는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서 그런지 많이 방문해 주셨다"며 "더도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음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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