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뉴스톡톡]국가에 충성 국민에 봉사해도 '명예롭진' 못한 청년들

뉴스1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편집자주]'군대보다 편하지 않으냐’
사회복무요원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정상적인 군복무가 힘든 이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한다. 이들은 21개월 동안 '사복 입은 이등병'으로 살아가면서 공공 서비스의 말단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의 사회복무요원 제도에 대해 '강제노동'이라며 폐지를 권고한다. 자신들을 ‘현대판 공노비’라고 정의하며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 부당한 현실 알리기에 나섰다. <뉴스1>은 사회복무요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파헤쳐보고 존치의 필요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병역명문가란 1대부터 3대까지 현역 복무 등을 명예롭게 마친 가문을 말하며 병역이행의 다양한 형태 중 복무기간, 복무난이도, 복무형태 등을 고려하여 사회복무요원 등 보충역으로 복무를 마친 경우는 병역명문가 선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병무청이 운영하는 병역명문가 홈페이지 '자주하는 질문 모음' 게시판에는 '3대 가족 중 한명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였다면 병역명문가가 될 수 없나요?'라는 질문에는 이같은 답이 달려있습니다.

이 답변은 우리 군과 정부가 '사회복무요원' 청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복무를 현역 복무와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없으며 '명예롭지'도 않다는 것이지요.

병무청이 규정해 놓은 '사회복무요원 헌장'에는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사회복무요원이다.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며 우리들의 소중한 마음을 모아 사회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역시 병무청이 제작한 '대한민국 사회복무요원가(歌)'에는 이런 가사도 나옵니다. "조국의 부름을 받은 대한의 남아 성실한 봉사정신 우리의 자랑".

이렇든 그동안 정부와 군은 사회복무요원 청년들에게 현역과 같이 '조국의 부름을 받은 대한의 남아로'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길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의 자랑'이 맞는지는 한번 정부 관계자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실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적 시선이 그렇습니다.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9개월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했음에도 돌아오는 건 '편하게 보냈네'라는 시선입니다.

사회복무요원들의 노동 환경의 열악함, 경제적 어려움 등을 취재한 '현대판공노비' 기획기사를 취재하면서 마주한 많은 사회복무요원 청년들이 이런 사회적 시선에 고통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청년들은 근무지에서 '너희는 현역보다 편하니 부당한 것은 참으라'는 식의 대우가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근무지에서 최하급자인 청년들은 폭언·폭설에 시달리고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문제를 제기해도 돌아오는 건 '그래도 너희는 편하지 않냐'는 답이었다고 합니다.

사회복무요원은 신체적·정신적인 이유로 현역입영이 어려운 청년들이 대상입니다. 출발점부터가 현역 입영 대상자들과 다르지만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현역병에 비해 육체적 힘듦은 덜할 수 있지만 폭언과 비인간적인 대우는 상상 이상이라고 호소합니다.

생각해보면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형평성'의 원칙 외에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현역들은 고생을 하고 있으니 너희들은 몸이 아프더라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죠. 사회복무요원들의 근무지 상당수가 '국방'의 목적과는 무관한 곳입니다. 그러니 청년들은 '저임금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무요원 청년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사회복무요원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현행 제도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ILO 강제노동금지협약에 가입했고 실제 ILO는 '전적으로 군사적 목적 활동' 이외에 업무에 징집된 이들을 복무토록 하는 것을 강제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협약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은 다시 한번 청년들의 혀를 차게 만듭니다. 정부는 병역법을 개정해 4급 판정을 받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게도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습니다. 현역과 사회복무요원 중 선택을 할 수 있으니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것이죠. 몸이 아파 일상생활도 일부분이 제약되는 청년들에게 이 '선택권'이라는 건 말장난으로만 들립니다.

취재 과정에서 '정부는 무엇을 위해서 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부 관계자 등을 통해 나왔던 답변은 '분단의 특별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복무요원들이 일하는 사회복지관, 장애인시설, 동사무소 등이 분단과 정전이라는 특별한 상황과 어떤 영향이 있는 것일까요?

정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국방과 관련한 작은 책무라도 이들에게 부과해야 한다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제도의 허점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현역 복무를 하고 있는 분들, 혹은 현역으로 복무를 마친 이들에게는 분들께서는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일정 기간 개인의 자유를 일부분 포기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복무요원들도 '명예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봅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