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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성년후견 전문가 배광열 변호사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2 16:32

수정 2022.09.12 16:32

'성년후견 전문가' 배광열 공익법인 온율 변호사 "성년후견제도는 '복지 누수' 막는 데도 효과적" 강조 "선호와 희망 중시하는 의사결정지원 제도로 가야"
배광열 공익법인 온율 변호사. /사진=박범준 기자
배광열 공익법인 온율 변호사.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후견제도는 세계적 추세에 비춰볼 때 오히려 조금 뒤처진 제도입니다. 금치산·한정치산제도에서 성년후견제도로 넘어갔던 것처럼 '의사결정 지원 제도'로 넘어가야 합니다"
배광열 변호사는 법무법인 율촌이 만든 공익법인 온율에서 활동하는 성년후견 전문가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재산이나 신상에 관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재산 처분에 대한 결정, 신상에 대한 결정 등을 지정된 후견인이 돕는다. 성년후견제도는 재벌가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잘 알려진 제도기도 하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다.
2040~2045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다소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고령화 진행 속도와는 달리 한국의 성년후견제도는 여전히 성숙기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로 도입 10년을 맞는 성년후견제도의 이용률은 전체 대상자의 1% 남짓에 불과하다.

배 변호사 역시 로스쿨 재학 당시부터 막연하게 갖고 있던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이 우연한 기회와 만나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경우다. 그가 변호사가 된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처음 시행됐고, 공공후견사업 시범사업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에 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후견인의 도움이 필요한 발달장애, 정신질환,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후견 개시를 청구하고, 후견인의 활동을 돕는 정부 사업이었다.

배 변호사는 무엇보다 성년후견제도의 최종목표는 '후견 종료'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견제도의 핵심은 복지서비스가 유기적으로 피한정후견인에게 잘 전달되도록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라며 "안전망이 만들어지면 후견인이 법적 대리인으로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피후견인이 사망할 때까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계속되는 '무기한 후견'은 후견인에게도, 후견인의 도움을 받는 피한정후견인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그가 성공적으로 꼽는 사례 역시 3년 만에 후견 종료를 결정한 사례다. 발달장애인 A씨는 3년 전 범죄 피해자가 돼 홀로 남았다. 범죄 피해 구조금 지급이 결정됐지만, A씨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금을 받기 어려웠다. 온율이 전문가 법인으로 후견을 맡았다. 배 변호사는 신탁자금관리와 함께 무엇보다 A씨의 일상 회복에 주력했다. 범죄 피해 이후 극도로 불안해하는 A씨가 취업하도록 도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불안과 우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배 변호사의 판단이었다. 판단은 옳았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A씨는 활력을 되찾았고, 3년 만에 후견을 종료했다.

배 변호사는 성년후견제도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년후견제도는 '의사결정 제도'의 과도기적 제도"라며 "미리 자신의 의사를 밝혀두고, 문제가 생기면 미리 계약을 통해 지정한 후견인이 나를 지원해주는 의사결정 지원제도 방식처럼 자신의 선호와 희망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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