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여왕 떠나자 흔들리는 영연방… 공화국 전환 줄잇나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2 18:19

수정 2022.09.12 18:19

英 엘리자베스 2세 타계
"모친, 가족들에게 영감과 본보기"
64년만에 찰스 3세 국왕시대 개막
화폐·여권·우체통 왕실 휘장 교체
14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옮겨져
나흘간 일반시민들 조문 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19일 장례식…영면 위한 마지막 여정.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1일(현지시간)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스코틀랜드 동북부 밸모럴성을 떠나 영면을 위한 여정에 올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든 참나무 관은 이날 오전 10시 밸모럴성을 떠나 약 280㎞ 떨어진 에든버러 홀리루드 궁전으로 운구됐다. 시신은 13일 공군기 편으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동한 뒤 14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져 19일로 예정된 장례식 전날까지 나흘간 대중에 공개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19일 장례식…영면 위한 마지막 여정.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1일(현지시간)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스코틀랜드 동북부 밸모럴성을 떠나 영면을 위한 여정에 올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든 참나무 관은 이날 오전 10시 밸모럴성을 떠나 약 280㎞ 떨어진 에든버러 홀리루드 궁전으로 운구됐다. 시신은 13일 공군기 편으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동한 뒤 14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져 19일로 예정된 장례식 전날까지 나흘간 대중에 공개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군주로 가장 긴 70년간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장남인 찰스 왕세자가 국왕을 승계했으며 앞으로 영국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여름 휴가를 보내던 스코틀랜드 밸모럴 성에서 건강이 악화됐으며 소식을 전달받고 급히 달려온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찰스 왕세자가 곧바로 찰스 3세라는 칭호가 붙으면서 국왕을 승계했다. 국왕이 된 후 9일 가진 첫 대국민 연설에서 찰스 3세는 모친의 뜻을 계속 이어받을 것이며 국민들에게 봉사를 새로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모친의 영정 사진을 옆에 두고 약 9분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인한 깊은 슬픔을 언급하면서 모친이 "자신과 가족들에게 영감과 본보기였다"라고 말했다.

찰스 3세는 다음날인 10일 런던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식으로 국왕으로 즉위했다. 영국 왕가를 자문하는 원로 정치인들로 구성된 비밀위원회(Privy Council)는 찰스를 "국왕, 영연방의 수장, 신념의 수호자"라고 선포하면서 "신이여 왕을 지켜주소서"라고 선언했다. 선포 후 제목 중 여왕(Queen)이 왕(King)으로 바뀐 영국 국가 '신이여 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가 울려 행사장 밖에 있던 시민 수천 명이 합창했다. BBC는 영국에서는 70년 만에 진행된 즉위식이어서 처음으로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방송됐다고 보도했다.

■현금·여권·우체통 디자인 바뀐다

오는 11월 74세가 되는 찰스 3세는 당시 9세였던 1958년 여왕으로부터 장남이자 왕위 계승 서열 1위에게 주어지는 웨일스 왕자(Prince of Wales) 지위를 부여받아 64년 동안 기다린 끝에 영국의 국왕이 됐다. 찰스가 국왕이 됨에 따라 그의 장남인 윌리엄이 웨일스 왕자 지위를 물려받았다.

여왕의 서거로 영국의 국가가 곧바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폐와 동전에 새겨진 초상화도 찰스 3세로 교체될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는 지난 1960년부터 지폐에 처음 등장했다.

지폐와 동전을 각각 발행하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과 왕립 조폐당국인 로열민트(Royal Mint)는 찰스 3세의 초상화가 새겨진 현찰로 교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영란은행은 추모기간이 끝나면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현재 영국에서 기존의 지폐 470만장과 동전 약 290억개가 유통 중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지폐와 동전이 공개된 점차 발행되면서 기존의 것과 상당 기간 같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바뀌는 것은 현금 디자인 뿐만이 아니다. 새로 발행되는 여권과 수천개의 우체통의 왕실 휘장도 바뀌게 된다.

■여왕 장례식 19일 거행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은 오는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여왕의 시신은 11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세인트 가일즈 대성당으로 옮겨져 24시간 동안 시민들의 조문을 받는다. 이어 에든버러 공항에서 군 수송기편으로 노솔트 영국 공군 기지로 옮겨지며 여기에는 장녀인 앤 공주가 동행하게 된다.

시신은 14일부터 장례식이 열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져 다음날부터 나흘간 시민들의 조문을 받는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철저한 보안 검색이 실시될 예정이며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될 것이라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녀가 평소 좋아하던 윈저 성의 조지 6세 추모 교회에 영면하게 된다. 장례식 당일 영국의 모든 금융기관들은 하루 휴무하게 된다.

■영연방 국가들, 공화국 전환 늘듯

엘라자베스 여왕의 타계를 계기로 군주제를 버리고 공화국으로 전환하는 영연방 국가들이 앞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왕의 사망을 계기로 옛 영국의 식민지들이 외국의 지도자를 국가 원수로 둘 수 없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국왕에 즉위한 찰스 3세는 영국 외에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태평양 및 카리브해 제도 등 14개국의 국가 원수직을 맡고 있다.


WSJ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경우 여러 차례 외국을 방문하면서 등 많은 국가에서 호감을 얻어 모독을 피해왔으나 찰스 3세의 인기도가 낮은 점에 앞으로 공화국으로의 전환 운동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생전에도 일부 국가에서는 식민 지배로 시작된 영국과의 관계 변화를 암시했으며 바베이도스가 군주제를 폐지했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앞으로 공화국으로의 전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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