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5명 목숨 잃은 이천 병원건물 화재 "전형적인 인재였다"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3 12:58

수정 2022.09.13 12:58

전기 차단도 하지 않고 철거작업, 방화문 소화기로 받쳐 둔채 대피
건물 시공 과정서도 각종 불법 사실 확인

지난 8월 8일 오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 현장에 경찰과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2차 합동 감식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지난 8월 8일 오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 화재 현장에 경찰과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2차 합동 감식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지난 8월 5일 발생해 간호사와 환자 등 모두 5명이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 병원건물 화재는 화재 발생 가능성에 대한 위험요인 차단 없이 스크린 골프연습장 철거 작업을 하다가 일어난 전형적인 인재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이천 화재 수사전담팀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철거업자 A씨(59)를 구속하고, 또 다른 철거업자 등 화재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 등 철거업자 3명은 화재 당일인 지난달 5일 오전 7시 10분께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3층에 위치한 스크린 골프장에서 철거 작업에 나섰다.

A씨 등은 당시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현장에 있던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작동했는데, 당시 골프장 4개의 방 중 1번 방에 설치 돼 있던 냉방기기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1번방의 경우 사실상 창고로 사용돼 온 곳으로 습기와 먼지가 많이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결국 철거를 앞두고 있던 이 골프장에서 오랜 기간 쓰지 않던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자 스파크가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1번방의 냉방기기 배수펌프 전원코드에서 단락흔(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발견된 점 등을 바탕으로 발화부를 이처럼 결론 내렸다.

철거 작업을 할 경우 전기 차단은 선제적으로 이뤄졌어야 했지만, A씨 등은 당연히 해야 할 이런 안전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이들은 방화문에 소화기를 받쳐 문을 연 채 작업을 하다가 오전 10시 16분께 불이 나자 그대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이 때문에 화재로 인한 연기가 계단 통로를 통해 4층의 투석전문 병원으로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시공 과정에서도 각종 불법 사실이 확인됐으며, 건물 대리석 외벽과 건물 기둥 사이가 분리되지 않는 등 외장재만 붙은 상태로 지어졌고, 이로 인해 연기가 벽면 내부 기둥 부위를 통해 4층 병원의 신장 투석실로 유입됐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대, 피해자보호팀 등으로 꾸린 71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 압수수색 3차례, 합동감식 3차례, 관계자 71명에 대한 89차례 조사를 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하고, 불구속 한 6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병원 내에 설치돼 있던 CCTV를 통해 병원 간호사를 비롯한 10여명의 병원 관계자들이 33명의 투석환자를 대피시키려 헌신적인 노력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직후 연기가 투석실로 들어왔는데,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행적이 3∼4분간 영상에 담겨 있다"며 "의료진들은 투석기에 달린 줄을 잘라 내고 필요한 조처를 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달 5일 오전 10시 17분 4층 규모의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다.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4층 병원에 있던 환자 4명과 환자들을 대피시키던 간호사 현은경씨 등 5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43명이 연기를 마셔 다쳤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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