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친환경 앞장섰던 삼성, ‘RE100’ 가입 늦어진 까닭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3 18:11

수정 2022.09.13 18:11

삼성전자, 이번주 RE100 가입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6.6%
OECD 평균인 31% 한참 못미쳐
‘그린워싱’ 우려에 참여 늦어져
해외 사업장선 RE100 달성 속도
멕시코 공장, 1년만에 4%→71%
친환경 앞장섰던 삼성, ‘RE100’ 가입 늦어진 까닭
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번 주 중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재계 '맏형'의 늦은 가입신청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앞장섰던 삼성전자지만 RE100 전제 조건인 국내 친환경에너지 발전량이 턱없이 부족한 게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친환경 경영전략을 발표해 2050 탄소중립 달성과 RE100 가입 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RE100 가입 여부는) 큰 비전 발표를 앞두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RE100 가입이 임박했음을 암시한 바 있다.

RE100은 글로벌 비영리단체 '기후그룹'과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추진하는 국제캠페인이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전자는 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며 이미 RE100을 실천하고 있다.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2'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미국과 중국 반도체 사업장의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며 RE100을 달성했다. 멕시코 사업장의 경우 2020년 4.3%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지난해 한 해 만에 71%로 끌어 올렸다. 브라질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94%에 달한다.

문제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020년 기준 6.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1.6%에 한참 못 미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은 한국전력 배·송전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쓸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력소비량 상위 30개 기업들의 최근 5개년 전력 사용량 평균은 10.3GWh(기가와트시)였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GWh에 불과하다"면서 "국내 전력사용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평택3공장(P3)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말 평택4공장(P4) 완공이 목표인 만큼 전력사용량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RE100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면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이다. 삼성의 RE100 가입을 두고 재계에서 "시기의 문제"라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지난 2월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투자를 담당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기업 10곳에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KDI공공정책대학원과 한국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국내 기업이 RE100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차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출액이 2040년 기준 각각 15%, 31%, 4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RE100 가입 선언 등 친환경 경영전략을 준비 중인 것은 맞지만 발표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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