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中 반도체 굴기' 싹 자른다…내달 장비 수출 규제 강화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3 18:12

수정 2022.09.13 18:12

첨단공정 14나노 장비 수출 금지
제조업체 이어 설계업체도 대상
AI용 고성능 GPU 中 반출 안돼
美행정부, 선거전 명문화로 쐐기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생산 장비 수출 금지 규정을 강화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시에 비공식적으로 진행했던 제재를 공식적으로 명문화할 것으로 보인다.

헬레닉쉬핑뉴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10월부터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정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4위 기업 램리서치 모두 미국 업체들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2020년 말부터 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 1위 반도체 업체인 중신궈지(SMIC)에 10nm(nm·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에 쓰이는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바이든 정부는 같은해 네덜란드의 장비업체 ASML에게도 SMIC에 장비를 팔지 못하게 압박했다.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순위 5위인 SMIC는 2020년에 14nm 공정의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했고 올해는 서방의 장비 없이도 7nm 공정 반도체를 만들어냈다.

미 언론들은 지난 7월 30일 보도에서 바이든 정부가 미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게 14n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 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는 2020년 제재에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미 상무부가 공문을 보낸 기업은 KLA와 램리서치, AMAT를 포함한 3개 기업으로 알려졌다.

12일 언론과 접촉한 관계자들은 바이든 정부가 14nm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다음달에 공식 발표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그동안 제조사에 공문으로 비공식적인 지시를 내렸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수출 규정을 만들어 공개한다고 예측했다. 지난달 바이든 정부는 제조 장비와 별도로 엔비디아 및 AMD에 인공지능(AI)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허가 없이 중국에 반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조치도 역시 다음달 나오는 규정에서 명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관계자는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인텔과 세레브라스 시스템스 같은 업체들도 아직 상무부 공문을 받지 못했지만 잠재적인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출 규제 반도체가 포함된 다른 완제품도 규제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계자는 델테크놀로지스과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가 엔비디아의 AI 제품군(A100칩)이 들어간 데이터센터 서버를 만든다며 이 역시 바이든 정부의 수출 면허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가 공문 대신 명문화된 새 규정을 내놓는 것은 특정 기업이 아닌 관련 기술 업계를 전반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주 발표에서 "미 상무부는 최근 반도체 장비 업체와 설계 업체들에게 비공식적인 공문을 보냈다"며 "바이든 정부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이를 명문화하려 한다" 밝혔다. 상공회의소는 또한 중국 슈퍼컴퓨터 업체들이 추가로 미국의 제재 목록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추가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새 규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군사 현대화에 적용할수 있는 미국의 기술을 중국이 획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포함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을 통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짐 루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기술분야 연구원은 "이번 전략은 중국을 질식시키는 것이고, 그들은 반도체가 약점이라는 걸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은 이제 이런 것들을 만들 수 없고, 제조 장비도 만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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