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흔들리는 英연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3 18:39

수정 2022.09.13 18:39

1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저신디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최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로 불거진 뉴질랜드의 공화국 전환 논의 관련 질문에 "지금은 아니다"라면서도 "결국 뉴질랜드가 향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사진=뉴스1
1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저신디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최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로 불거진 뉴질랜드의 공화국 전환 논의 관련 질문에 "지금은 아니다"라면서도 "결국 뉴질랜드가 향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사진=뉴스1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은 영국과 옛 식민지였던 국가로 구성된 국제기구다. 가입국이 들락날락했지만, 현재 56개국이다. 이 중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삼는 나라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4개국이다. 영연방 국가들은 4년마다 올림픽에 비견되는 '코먼웰스 게임'이라는 스포츠 제전을 통해 우의를 다진다.

그러나 결속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5대양 6대주에 걸쳐 식민지를 둬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위용이 퇴색해 왔듯이. 하긴 '그레이트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란 국호가 말하듯 영국은 이제 '대영제국'은 아니다. 특히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그리고 북아일랜드 등 4개 자치정부 중 후자 둘마저 걸핏하면 분리독립을 외치는 판이니….

며칠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영연방이 흔들리고 있다. 왕위는 찰스 3세가 이어받았지만 입헌군주제와 영연방의 상징적 구심점으로서 카리스마가 약화된 탓일까. 영국 내에서 군주제 폐지론이 재론되면서 뉴질랜드·호주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공화국 전환과 관련한 질문에 "결국 뉴질랜드가 향해야 할 길"이라고 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임기 내 공화국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제3당인 녹색당의 애덤 밴트 대표는 "공화국이 돼야 한다"는 이견을 나타냈다.


아일랜드가 1948년에, 짐바브웨가 2003년에 각각 영연방을 탈퇴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군주제 폐지론이 불거진 건 이보다 영연방의 미래에 훨씬 불길한 신호다.
인종, 언어, 종교 등 앵글로색슨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 국가마저 인도, 가나 등처럼 공화정을 지향한다면 장기적으로 영연방을 벗어나려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게 뻔해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