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 출간
최근 그가 펴낸 산문집으로, 자신의 삶을 톺아본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삶창)엔 그런 고민이 더욱 짙다. 하지만 화려한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닌, 따듯한 연대의 수사(搜査)의 정성이 배어 있다.
이를테면 '기억과 공동체'라는 꼭지의 글에서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된다"고 적은 대목이 그렇다.
서정민갑 의견가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발췌 가능하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의 음악 분과인 한국민족음악인협회(민음협) 출신인 그에게 노래는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그 기억을 나누는 일이다.
또 음악 관련 글이 아닌 내용에서도 서정민갑 의견가는 운율을 담는다. '질투하는 사람' 꼭지에서 "게으른 사람이 부지런하게 사는 게 힘들듯, 부지런한 사람이 게으르게 사는 것도 힘들다. 욕심 없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는 것이나, 욕심 많은 사람이 욕심을 버리는 일은 똑같이 힘들다"고 쓴 문장이 예다.
아무래도 음악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니 산문집에 음악 글도 포함되는 게 당연. 서정민갑 의견가를 가장 많이 울린 음반은 이소라의 정규 6집 '눈썹달'(2004)이라고 한다. 누군가와 헤어지면 그가 습관처럼 들은 음반이다.
"이럴 거라면 이렇게 될 거라면 / 처음부터 만나지 말걸 그랬네요" 같은 수록곡 '이제 그만'의 노랫말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최루액 같았다고 했다. 서정민갑 의견가는 자신의 연애가 음악만큼 간절하지 않았고, 이별이 자신의 탓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며 '눈썹달'이라는 음반이 자신에게 아무런 충고도 지청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 안으로 도망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정민갑 의견가의 예술과 삶에 대한 태도와 안목은 김성우 응용언어학자가 '추천의 글'에서 잘 압축했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듣고 끈질기게 읽어내는 사람이자 음악과 삶, 글을 엮는 데 진심이 평론가였다"면서 "'오늘 들은 음악' 목록, 인문사회과학 공부 모임 공지, 꼼꼼한 아티스트 및 음반 리뷰가 그의 단단함을 증언하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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