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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탄 스팩株… '묻지마 투자' 주의보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5 18:11

수정 2022.09.15 19:26

위축된 증시 대신할 투자처 주목
합병실패 늘며 거품 꺼지는 형국
과도한 급등락 탓 손실 우려 커져
일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주가가 이상 급등하면서 투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하면서 스팩을 통한 합병상장이 성사되고 있지만 과도한 주가 급등락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14일 IBKS제12호스팩 주가는 54.95% 폭등했다. 8월 초만 해도 2200원대에 머물렀으나 한 달 사이 1만800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15호스팩은 49.5% 급등했다. 신한제6호스팩과 유안타제7호스팩도 각각 42.9%, 32.4% 상승했다.


하지만 스팩주는 이날 급락했다. 하나금융15호스팩은 19.76% 내렸다. 유안타제7호스팩과 신한제6호스팩은 25.79%, 21.23% 떨어졌다.

최근 스팩의 과도한 상승세는 올해 6월 삼성스팩4호가 급등하면서 나타났다. 6월 2~3일 삼성스팩4호는 이틀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스팩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때문이다. 삼성스팩4호는 삼성이 공모자금으로 비상장사와 합병하기 위해 만든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지만 기대감 하나만으로 스팩이 급등했다"면서 "사실상 일부 세력의 주가 끌어올리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팩은 비상장사를 인수·합병할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다. 증권사가 신주를 발행해 공모자금을 모아 증권시장에 우선 신규 상장한 후 3년 이내에 비상장기업(또는 코넥스 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해야 한다. 합병에 실패해 해산되더라고 공모가 기준의 원금이 보장되며 소정의 이자도 받는다.

금융위기 이후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는 비상장기업들이 적기에 자금 조달을 하면서 상장할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증시 침체로 IPO 시장이 얼어붙자 우회상장의 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IBKS제12호스팩은 신발 전문 디자인업체 윙스풋과 합병이 결정됐다. 하나금융15호스팩은 철강 가공업체 신스틸과 합병키로 했다. 유안타제7호스팩도 웹툰서비스업체 핑거스토리와 합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주가 급등한 것은 최근 국내 증시가 위축된 가운데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미들이 스팩주 열풍에 묻지마 투자를 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IBKS제12호스팩은 개인이 1억4517만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나금융15호스팩도 5억원어치 이상 사들였다.


이미 미국에서는 증시 하락 등 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합병 실패 사례가 늘어나고 규제가 커지면서 스팩 시장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올해 상장된 스팩들의 평균 주가는 48% 추락했다.
신규상장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르네상스 IPO ETF(IPO)의 하락 폭(-38%)보다 크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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