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다시 총성이 울렸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젠 군대 사이에 이틀째 무력충돌이 빚어졌다. 양국에서 벌써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양국은 1992년부터 2년간 전면전을 벌여 3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다시 2020년 교전에서 약 6600명의 사망자를 낸 뒤 옛 종주국인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줄곧 '물과 기름' 사이였다. 전자는 국민 대다수가 기독교계이고, 후자는 무슬림 국가라는 데서 보듯 인종·언어·문화가 상이해서다. 이번 충돌도 민족주의가 촉발한 영유권 분쟁 성격을 띤다.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80%를 차지하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는 아제르바이잔 영토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주변국들의 입장도 크게 엇갈린다. 러시아는 외견상 중립이나 튀르키예는 친아제르바이잔 노선이다. 같은 이슬람권인 이란은 반대로 아르메니아 편이다. 자국 내 인구 비중이 큰 아제르바이잔계 주민의 분리 움직임을 미리 제어하려는 차원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그간 석유 수입 의존도가 큰 아제르바이잔에 무기를 팔아왔다.
이 지역에는 카스피해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대형 송유관이 통과한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적 에너지난과 공급망 위기를 겪고 있다. 만일 이번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한다면? 그 여파는 지구촌 전체로 번질 게 뻔하다. '캅카스 화약고'가 대폭발을 일으키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적극적 중재에 나서야 할 이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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