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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착한 플라스틱' 화이트 바이오가 뜬다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6 15:14

수정 2022.09.16 15:14

해양폐기물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뉴스1
해양폐기물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뉴스1

[파이낸셜뉴스] 기존 석유화학 소재 대신 식물·미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친환경 연료나 플라스틱 대체 제품을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 플라스틱은 물론 탄소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관련 산업 및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화이트 바이오' 2028년 662조 시장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화이트 바이오 산업시장은 지난 2019년 2378억 달러(한화 281조원)에서 2028년 5609억 달러(약 66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30 세계 바이오 경제'보고서에서 화이트 바이오 산업이 레드 바이오, 그린 바이오를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오 산업은 크게 레드, 그린, 화이트 바이오로 구별된다. 레드 바이오는 생명공학이 의학·약학 분야에 응용된 개념으로 혈액의 붉은색을 본따 붙여진 명칭이다.
암과 같은 난치병 등의 질병 치료를 위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분야로 재조합기술, 항체기술, 세포치료기술 등이 핵심이다.

그린 바이오는 흔히 유전자재조합식품(GMO)으로 알고 있는 종자나 유전자가 변형된 동·식물을 말한다. 여기에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사료 첨가제 등도 포함된다. 농업분야는 작물 보호, 종자, 비료로 나눌 수 있고 바이오 기술이 주로 적용되는 작물 보호와 종자 분야는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이트 바이오는 탄소 기반의 화학제품을 대체하는 ‘깨끗함’을 상징한다. 기존 화학 산업 소재 대신에 식물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이나 미생물·효소 등을 활용해 제품이나 연료 등을 생산하는 기술로 바이오플라스틱·바이오에탄올 등이 이에 속한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도 불리며, 미생물의 체내에 있는 폴리에스터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이다.

석유화학 플라스틱인 비닐과 페트병은 분해까지 각각 20년, 450년이 걸리며, 분해돼도 미세입자로 남아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유발한다. 반면 바이오 프라스틱은 매립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6개월~5년 내 분해가 가능하다.

바이오 에탄올은 탕수수나 옥수수 등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연료로, 휘발유·경유와 섞거나 단독으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재생자원 에너지원이다. 사탕수수·밀·옥수수·감자·보리·고구마 같은 녹말 작물 등 바이오매스 안에 있는 탄수화물을 글루코스로 전환한 뒤, 포도주나 양조 맥주를 발효시키는 것과 비슷한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다.

바이오에탄올은 기존의 화석연료와 달리 연소 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환경 오염물질이 적고, 식물로부터 연료를 얻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어 환경친화적인 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미국 등 탄소국경세 도입 '위협'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기후 정상회의 개막행사에서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자고 제안하고 있다. /AP 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기후 정상회의 개막행사에서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기자고 제안하고 있다. /AP 뉴시스

여기에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유럽 등이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석유화학 제품 등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화이트 바이오 산업을 육성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6월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탄소 감축에 소극적인 나라의 제품에 강제 부담금을 매기는 것으로 내년부터 시범 시행에 들어가 2025년부터 본격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EU에 비해 다소 느리지만, 탄소국경세 추진 의지는 분명하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던 전임자와 달리, 협약에 복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발표한 '무역정책 의제'에서 EU의 탄소국경세와 비슷한 국경탄소조정(Border Carbon Adjustment) 도입 검토를 천명했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는 2024년부터 화석연료,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에 우선적으로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국내 화학업계 '화이트 바이오' 시장 참전

SK케미칼의 바이오 PO3G가 적용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60 인조가죽. /현대차 제공
SK케미칼의 바이오 PO3G가 적용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60 인조가죽. /현대차 제공

이같은 움직임에 SK케미칼, 포스코인터내셔널, GS칼텍스,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5월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폴리올 신소재 ‘PO3G’(폴리옥시트리메틸렌에테르글라이콜) 양산을 시작했다. SK케미칼의 PO3G는 옥수수를 발효해서 만든 100% 친환경 바이오 원료 기반의 친환경 소재다. 같은 양의 기존 폴리올보다 생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40% 덜 발생한다.

폴리올은 알코올의 한 종류로 스판덱스, 폴리우레탄(인조가죽, 폼 등), 우레탄 탄성소재(Elastomer) 제조에 사용되는 필수 원료다. 이번 양산되는 SK케미칼의 PO3G 친환경 폴리올 신소재로 기존 석유화학 기반 폴리올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친환경 바이오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바이오 연료'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협약에 따라 원료 정제부터 바이오 제품 생산, 나아가 폐유 회수를 통한 차세대 바이오연료사업까지 점진적으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유 조달 능력을 갖췄고, GS칼텍스는 바이오연료 분야의 전문성이 있어 협력을 통해 바이오사업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옥수수 성분을 기반으로 한 썩는 단일소재 플라스틱인 PLA(폴리젖산)를 개발한데 이어, 미국 ADM사와 함께 2개의 합작회사를 짓기로 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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