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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여부 심리 중인 자동차관리법과 '차량 결함 은폐 의혹' BMW코리아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7 08:00

수정 2022.09.17 08:00

서울 중구 BMW코리아 사무실 입주 건물 앞. (자료사진) /사진=뉴스1
서울 중구 BMW코리아 사무실 입주 건물 앞. (자료사진)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BMW 차량 연쇄 화재와 관련해 결함이 있다는 점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MW코리아 측은 자동차관리법이 "태생부터 입법적 오류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합니다. 2011년 법 개정 당시 리콜법을 담은 31조에 조항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처벌조항에 잘못된 내용이 기재됐다는 주장입니다.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MW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4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점을 거듭 강조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BMW 측 "자동차관리법 리콜 규정 '입법적 오류'" 주장

개정 전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은 자발적 리콜을, 2항은 강제 리콜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2011년 법이 개정되면서 2항에 있던 강제 리콜 규정은 3항으로 밀리고, 대신 2항에 업계가 자발적 리콜 규정에 따라 '시정조치를 하지 않으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시정조치 면제를 신청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처벌조항인 78조에는 자발적 리콜 조항인 31조 1항이 명시됐습니다.
이 법대로라면 국토교통부의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자발적 시정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BMW 측은 입법적 오류라고 판단하는 근거로 "1991년 이후부터 2011년 개정 전까지는 국토교통부 시정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형사 처벌했다"는 점을 듭니다. 그간 강제 리콜 위반에 대해 쭉 형사처벌을 해오다가, 갑작스럽게 이를 바꿔 자발적 리콜 위반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불균형한 법률"이라는 겁니다.

BMW 측은 "2019년 국회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고, 이에 대한 학계나 법조계 비판도 잇따랐다"고 주장합니다. 이 같은 '기형적 개정'이 이뤄지는 동안 "제도 변경에 대한 어떤 토론도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BMW 측은 이를 근거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 여부를 심판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것을 말합니다. BMW 측이 재판에 넘겨질 당시 적용될 법률이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이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헌재, 1년6개월째 위헌 여부 심리...재판부 "사건 심리 후 위헌법률심판 제청 여부 판단"

헌법재판소.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 /사진=뉴시스

BMW 측이 문제 삼은 자동차관리법 조항들은 이미 헌재에서 위헌 여부를 심리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세타2' 엔진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지연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기아차는 해당 조항에 대해 같은 취지로 재판부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헌재에 제청했습니다. 헌재는 이를 1년6개월째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BMW 측은 또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이 명확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은 자동차 또는 자동차부품이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이는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자동차 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BMW 측은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 '그 사실을 안 날' 등에 대한 법적 기준과 개념이 불명확해 위헌이라는 입장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핵심 증인 등을 심리해본 다음 위헌심판법률 제청에 대한 판단을 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본안 사건 심리가 충분히 진행돼 재판의 전제성 인정 여부가 분명해진 단계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결정이라는 겁니다. 위헌 여부가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BMW코리아와 이 회사 AS 부서 임직원 4명은 2018년 주행 중 잇따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BMW 차량 결함 은폐 혐의로 지난 5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2016년 8월~2018년 4월 BMW 일부 디젤자동차에 자동차 화재로 이어지는 결함이 있음을 알고도 숨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불량으로 흡기다기관에 구멍이 생겨 자동차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함을 알고 있었지만,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결함 관련 표현을 삭제한 채 제출하는 방법으로 결함을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6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하고, 12월 초 정식 공판기일을 열어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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