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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때문에" 친구·애인이랑 동거족 100만명 넘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9 05:00

수정 2022.09.19 05:00

비친족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2030세대들이 선호하는 쉐어하우스 모습. /뉴스1
비친족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2030세대들이 선호하는 쉐어하우스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고공행진 중인 집값이 가족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족이 아닌 친구·연인과 함께 사는 비(非)친족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비친족 가구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고, 가구 수도 1년 만에 10% 넘게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30 젊은층 사이에선 룸메이트나 하우스메이트 등을 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리나라에서 성인 남녀(19~49세) 10명 중 3명은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 중이다.

독립의 가장 큰 유인은 '결혼'이었는데, 미혼인 사람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기혼자의 20배 이상이었다. 이같은 현상의 근저에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높은 집값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친족간 동거인구 첫 100만명


전국 비친족 가구 추이
연도 가구 수(만 가구) 가구원 수(만명)
2015 21.4 47.2
2016 26.9 58.3
2017 30.9 67.4
2018 34.0 74.7
2019 38.7 84.1
2020 42.3 91.3
2021 47.3 101.5
(출처 : 통계청)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비친족 가구는 1년 전보다 11.6% 늘어난 47만2660가구로 집계됐다.

비친족 가구란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의 가구를 말한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같이 살거나,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가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2016년(26만9444가구)까지만 해도 20만대에 그쳤던 비친족 가구는 2017년(30만8659가구) 처음으로 30만 가구를 넘어선 이후 2020년(42만3459가구)에는 40만 가구를 돌파했고, 지난해 47만 가구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비친족 가구원 수는 101만5100명을 기록, 집계한 이래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6년(58만3438명)과 비교하면 5년 만에 가구원 수가 74.0% 급증한 것이다.

"집값 비싸서…안정감도 느껴"

구성원들은 주로 경제적 이유로 결심했다고 입을 모은다. 월세 등 생활비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동거인으로부터 심리적 안정감까지 받는다는 설명이다.

친구와 동거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회사 때문에 서울에 살 수 밖에 없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서 다른 직장인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며 "원룸이나 작은 규모의 집을 갈 수 있었지만 (친구와) 돈을 모아 더 괜찮은 집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실, 주방은 공유하고 방은 따로 쓴다"며 "개인 공간도 있는데다 외롭지 않아서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결혼한 직장인 30대 B씨는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서 우리도 엄밀히 말하면 법적으로 남남"이라며 "집값이 문제다. 청약 때를 기다려보느라 일단 혼인신고를 미뤘다"고 전했다.

실제 비친족 가구의 절반 가량(47.7%)은 집값이 비싼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12만6003가구)에 비친족 가구가 가장 많았고, 서울(9만9555가구)이 뒤를 이었다.

50세 이하 성인 10명 중 3명 '부모와 동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9~49세 성인 남녀 중 29.9%는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9999가구, 1만45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다.

통상적으로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간주되는 30대 후반, 40대에서도 '독립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4∼5%에 달했다.

결혼 여부, 취업 여부로 구분해 보면 미혼자의 64.1%, 비취업자의 43.6%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었다. 반대로 기혼자의 동거율은 3.2%, 취업자의 동거율은 23.5%로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40대 미혼 직장인 C씨는 "딱히 나가서 살 이유도 없고 집값이 비싸서 독립할 엄두가 안난다"며 "혼자 살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모을 돈도 많은데 생활비 등 나갈 돈이 많아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게 좋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D씨는 "취업 후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데 월세나 공과금 내고 나면 남는게 없다"면서 "그런데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친구를 보면 그런 부분에 지출이 없어서 돈을 많이 모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부모의 집을 떠나 주거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승인과 경제적 자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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