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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밀착하는 한·미·일 vs 반미로 뭉치는 중·러 [요동치는 국제정세… 치열한 외교전]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8 18:45

수정 2022.09.18 18:45

美·中 글로벌 패권경쟁
윤석열·바이든·기시다
유엔 총회서 연쇄 정상회담
시진핑-푸틴 대면 회담
양국 지지 확인·교역 확대
경제·안보 밀착하는 한·미·일 vs 반미로 뭉치는 중·러 [요동치는 국제정세… 치열한 외교전]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서영준 기자】 글로벌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양국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며 각자의 세력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미국은 전통적 우방인 한국·일본과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내세워 경제는 물론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중국 역시 러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한층 강화해 나가면서 세력화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 미국, 일본 3국 정상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각각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각국을 둘러싼 현안에 대한 입장이 다른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 축 강화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약식회담을 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대상 제외가 차별적 조치인 만큼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외환시장 안정화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 긴밀히 협의하기로 논의한 바 있다. 특히 양국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필요시 외환유동성 공급장치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통화스와프와 관련,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어떤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됐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 축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한반도를 넘어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그동안 실무 차원에서 그리고 관계부처들이 발전시켜 온 이행방안들이 있다"며 "그것을 놓고 좀 더 구체화하고, 중요한 문제는 정상이 다시 식별해 공감을 이루는 한미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 외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회담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조율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 및 중국의 동남중국해 진출 동향, 긴박한 대만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7개국(G7) 회의 개최와 관련, 미국에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중앙아시아·상하이협력기구(SCO)와 협력을 강화키로 하는 등 미국에 맞선 세력 다지기에 나섰다.

시진핑·푸틴 두 정상은 지난 1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개막한 SCO 정상회의에 참석, 대만 문제와 미국의 제재를 놓고 상대국을 공개 지지하면서 에너지를 포함한 양국 간 교역을 강화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게 고수한다"며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그 위성국가들의 도발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시작으로 이어진 미국 및 유럽 의원들의 대만 방문, 미국의 계속된 대만 무기 판매 등을 비판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시 주석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대국의 역할을 담당하고, 변란이 교차하는 세계에 안정성을 주입하는 지도적 역할을 하길 원한다"면서 "서로의 핵심 이익에 관한 문제에 대해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에너지 거래를 포함한 교역 강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무역, 농업, 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심화하길 원한다고 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무역, 에너지 등 중점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3일간의 외유 기간 11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갖는 등 광폭 외교전도 펼쳤다. 3연임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란 점을 감안하면 집권 연장의 자신감을 대외에 알리면서 미국 견제에 맞선 우군 확보 전략도 깔린 것으로 외신은 해석했다. 이들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통적 우호국으로 분류되거나 러시아·중국 중심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SCO 회원국 혹은 가입 추진국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상호 무역의 현지 통화(사실상 위안화) 결제시스템 확대 △중국·러시아·몽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중국·러시아·몽골 경제회방 건설 및 철도 개발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 건설 △미국을 비롯한 외세 차단 △SCO 공동체 건설 등을 제안했다.

시 주석이 중앙아시아를 32개월만의 첫 해외 방문지로 정한 것은 '러시아 우호세력까지 흡수한 중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는 풀이했다.


다만 중·러 간 균열 조짐도 감지됐다. 시 주석은 푸틴과 비공개 회담에서 전쟁에 관해 그동안 물밑지원과 달리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시 주석이 전통적 러시아 우호국을 첫 순방지로 선택한 것은 이들 국가와 중국의 유대를 미국 등 서방세계에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코너에 몰린 러시아 입장에선 중국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y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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