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원하는 색만 띄는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9 10:57

수정 2022.09.19 10:57

POSTECH, 구형 루타일 이산화티타늄 대량생산
위조방지 잉크나 라이다센서에 활용 가능
포항공과대(POSTECH)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고분자연구소 문정빈 박사팀이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열을 가해, 탄소가 포함된 구형 루타일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POSTECH 제공
포항공과대(POSTECH)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고분자연구소 문정빈 박사팀이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열을 가해, 탄소가 포함된 구형 루타일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POSTECH 제공


[파이낸셜뉴스] 포항공과대(POSTECH)는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고분자연구소 문정빈 박사팀은 원하는 색만 뽑아낼 수 있는 공모양의 금속산화물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만들어냈다고 19일 밝혔다. 이 나노입자는 위조방지 잉크나 라이다 센서에 활용할 수 있다.

구름이나 우유가 하얗게 보이는 것은 빛이 구름 속 물방울 또는 우유 속 기름방울과 만나 생기는 미 산란(Mie Scattering) 때문이다. 미 산란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와 빛의 파장이 비슷할 때 일어나는 산란을 말한다.
입자의 크기를 일정하게 만들면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해 염료 없이도 특정한 색을 띠게 할 수 있다.

구형 금속 산화물 나노입자는 입자의 크기를 조절해 반사되는 파장과 물질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불규칙하게 흩어져 '비정질' 상태인 이산화티타늄(TiO2)에 열을 가하면 무질서하던 입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다. 다만, 이때 이산화티타늄의 모양이 뾰족뾰족한 침상형 또는 평평한 판상형으로 바뀐다는 한계가 있었다. 물질에 들어 있는 탄소가 열에 의해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모양이 흐트러지는 탓이다.

이산화티타늄에 빛을 쏘면 입자들이 제각기 다르게 산란하며 색이 흐리게 보였다. 어느 방향의 빛을 받아도 일정하게 미 산란을 일으키는 구형의 이산화티타늄이 필요했던 이유다.

연구진은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열을 가해, 탄소가 포함된 구형 루타일 나노입자로 바꿨다. 루타일은 이산화티타늄(TiO2)의 여러 모양 중 천연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형태의 광물로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됐으며, 가시광선 영역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결정 중 굴절률이 가장 높다.

이 입자는 빛의 굴절률이 매우 높아 미 산란을 강하게 일으킨다. 빛을 사방으로 반사하는 기존 물질과 달리, 특정 빛만 강하게 반사해 육안으로도 선명한 색을 볼 수 있었다. 즉, 루타일 이산화티타늄은 높은 굴절률 때문에 잉크로 만들면 색채학적 정보를 복제하는 것이 어렵다.

연구진은 "향후 위조 방지 장치 또는 자율주행 자동차용 라이다(LiDAR) 센서의 성능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자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에서 파장에 따라 다른 색을 띠기 때문에, 특정 파장에서만 보이거나 특정 파장만을 검출하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스(Chemistry of Materials)'에 최근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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