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R의 공포' 4대 화학사, 공장가동 줄여도 재고 급증…투자 철회도

뉴스1

입력 2022.09.20 06:11

수정 2022.09.20 06:11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국내 4대 화학사(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말(6월말) 기준 재고자산이 10조1306억원으로 1분기말(3월말) 대비 약 13% 증가했다.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공장 가동률 축소도 재고 증가를 막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시황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해 투자 철회를 결정한 기업도 등장했다.

20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공장 가동률은 90.1%로 1분기(1∼3월) 92.0%와 비교해 1.9%p 떨어졌다.

2분기 가동률이 80%대로 하락한 것이다.

석유화학사들은 수요 부진을 이유로 공장 가동률 조정을 통해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미국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석유화학업황 반등이 상당기간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케미칼(본사 기준)은 상반기에 범용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PE(폴리에틸렌)·PP(폴리프로필렌) 공장 가동률을 93%로 조정했다. 지난 1분기에 공장을 100% 이상 가동해 제품을 쏟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의 상반기 여수와 울산 공장 가동률은 각각 97.6%, 95%를 기록했다. 두 곳 모두 1분기 대비 1∼2%p씩 줄었다. 금호석유화학도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공장 가동률을 1분기 80% 이상에서 각각 75%, 80%로 낮췄다.

그러나 재고 자산은 생산량 감소에도 쌓여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종'의 2분기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올해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제품 출하 지연도 재고 증가의 주된 요인이다.

국내 4대 화학사들의 6월말 기준 총 재고자산은 10조1306억원으로 3월말(8조9793억원) 대비 약 12.8% 늘었다. 이중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해 보관하는 제품의 재고 자산을 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1조653억원에서 1조4123억원으로 32.5%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의 제품 재고 자산도 같은 기간 7280억원에서 8256억원으로 13.4% 늘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구입량을 늘린 원자재를 무작정 보관만 할 수는 없다"며 "매출이 부진해 제품 생산을 늘리기도 어려운 이중고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업황 부진을 이유로 투자 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월 발표한 1600억원의 질산 유도품 DNT(dinitro toluene) 시설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DNT는 가구 내장재와 자동차 시트 등 폴리우레탄 제조에 쓰이는 TDI(toluene diisocyanate)의 원료다.


한화솔루션 측은 "투자비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급증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등으로 원자재 수급 상황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기업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게 되면 유휴 인력 발생뿐 아니라 신규 고용·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생산 감소와 고용·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