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은행들이 서방의 경제제재 우회수단으로 러시아가 도입한 미르 결제시스템 사용을 중단하기로 19일(이하 현지시간) 결정했다.
미국의 제재 압박 속에 결국 꼬리를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방크, 데니즈방크 등 민간은행들은 모스크바가 서방 제재 우회수단으로 도입한 미르 지불결제시스템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두 은행은 튀르키예 최대 민간은행들로 그동안 미르를 활용해 러시아와 거래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새로운 지침을 통해 제재 수위를 높일 것임을 예고하자 결국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
이스방크는 미르 사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고, 데니즈방크는 지난주말 미르 사용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서방이 튀르키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뒤 미르 사용 중단이 발표됐다.
미 재무부는 이번 개정 지침을 통해 은행들이 미 시스템 밖의 새로운 지급결제 시스템에 참가할 경우, 또는 이를 확대할 경우 러시아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 사용 중단을 선언한 이스방크와 데니즈방크는 국영 바키프방크, 지라트 방크, 할크방크 등과 함께 러시아 중앙은행이 비자·마스터카드 대안으로 설계한 지급결제 시스템 미르 회원사이다.
이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소유한 데니즈방크와 튀르키예 국영 할크방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월 1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한 뒤 이 시스템 회원사로 등록했다.
이스방크와 데니즈방크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국영 은행들은 그러나 아직 미르 시스템 중단을 결정하지 않았다.
튀르키예는 모호한 노선을 택하고 있다.
겉으로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고립된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지원해 실속을 챙기겠다는 속셈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 관리들은 비록 서방의 경제제재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튀르키예를 서방 제재 회피 우회수단으로 삼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와 경제 협력 강화를 약속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난하고, 우크라이나에 자신의 사위가 소유한 업체를 통해 무장 드론을 공급하는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중재에 나서면서도 러시아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푸틴 대통령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팔짱을 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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