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원금보다 비싼 ‘부실채권’ [점점 커지는 부실 위험]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0 18:08

수정 2022.09.20 18:08

美 금리인상 따른 버블붕괴에도
금융지원 잇단 연장에 물량 부족
새출발기금 가동땐 왜곡 심화 우려
원금보다 비싼 ‘부실채권’ [점점 커지는 부실 위험]
부실채권(NPL)이 되레 원금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버블' 상황에서 지속돼 왔던 현상이지만 이번엔 주요 3개 은행 NPL에서 이 현상이 생겼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라 시장의 버블은 꺼져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지원이 여러 차례 연장되면서 금융권의 NPL이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부실채권 물량이 부족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오른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실이라는 물을 가둬둔 '부실의 댐'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3·4분기 은행권 NPL 매각 입찰에서 채권원금인 미상환원금잔액(OPB)을 기준으로 신한은행(346억원), 하나은행(274억원), NH농협은행(371억원)의 NPL은 낙찰금이 100%를 넘었다. 104.3%(하나F&I), 103.2%(대신F&I), 101.4%(하나F&I)다. 경쟁 심화로 NPL 투자사들이 적정 가격에 NPL을 매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다음달 본격 가동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이 시장 왜곡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건에 맞는 금융권 NPL 대부분이 새출발기금 운영사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NPL 시장에 나오는 금융사의 부실채권은 새출발기금 조건에 맞지 않는 채권에 한정돼 시장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가격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유예조치로 기업의 디폴트(부도)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부채가 있는 기업들이 자구책으로 공장을 매각하는 것도 미루는 상황"이라며 "유예조치가 끝나는 순간 부실채권으로 돌변할 것이다.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겨냥한 부실채권 펀드가 여럿 만들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를 대출 만기의 경우 3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장안이 확정될 경우 5번째 연장이 된다.

3·4분기 공급되는 은행권 NPL은 3707억원 규모로, 전년동기(5500억원) 대비 1790억원 넘게 축소됐다.
은행 채권별로 우리은행(328억원·키움F&I), 대구은행(331억원·대신F&I), 부산은행(354억원·유암코), 기업은행A(778억원·우리금융F&I), 기업은행B(734억원·유암코), 이지스자산운용(191억원·유암코) 등이다.

올해 누적 매입 규모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8474억원으로 1위다.
이어 우리금융F&I(3264억원), 하나F&I(2613억원), 대신F&I(1608억원), 키움F&I(1051억원), 이지스자산운용(227억원) 순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