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난민 300만명 받아들인 도시… 월세 치솟고 교통체증 심각 [현장르포]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0 18:10

수정 2022.09.20 19:41

우크라 접경국 폴란드를 가다
우크라이나인 몰린 바르샤바·크라쿠프
주택 임차해서 지내는 난민 많아
대부분 경제적 여유 있는 중산층
바르샤바 월세 100% 넘게 급등
주로 차량 타고 넘어와 주차난도
크라쿠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주말마다 폴란드 시민단체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모여 러시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심경섭 크라쿠프 가이드 제공
크라쿠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주말마다 폴란드 시민단체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모여 러시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심경섭 크라쿠프 가이드 제공

【파이낸셜뉴스 크라쿠프·바르샤바(폴란드)=김영권 기자】 지난 18일(현지시간) 폴란드 제2 도시 크라쿠프 시내는 인접국인 우크라이나에서 7개월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평화로워 보였다. 크라쿠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원래 인구 80만명이었던 이 도시는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20만명을 받아들여 100만 도시가 됐다.

전쟁기간 폴란드로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은 정점을 찍었을 당시 350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난민생활에 지친 일부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국으로 귀환하면서 300만명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그 수는 전 세계 우크라이나 난민의 60%에 달한다.
이들은 수도인 바르샤바 50만명을 비롯, 폴란드 내 주요 도시에 수만에서 수십만명씩 나눠 생활하고 있다.

크라쿠프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심경섭씨는 "전쟁난민이라고 하면 천막과 텐트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척박한 환경의 난민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폴란드 안에는 이 같은 형태의 난민촌이 없다"면서 "일부 실내운동장 공간에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난민 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바르샤바 시내에 우크라이나 국가 표시(UA)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 사진=김영권 기자
바르샤바 시내에 우크라이나 국가 표시(UA)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 사진=김영권 기자

■우크라이나 난민 대부분 가정집 거주

폴란드는 전쟁 초기 최대 10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 수준을 예상했는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입 숫자가 급증했다. 이 많은 난민을 대체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일까.

폴란드는 이를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해결했다. 폴란드에는 우크라이나와 연결된 국경 6곳이 있는데 대부분의 난민은 열차로 이곳을 넘어왔다. 폴란드는 그곳에 난민센터를 세우고 쏟아져 들어오면 난민등록을 하고 원하는 지역으로 보내줬다. 이들은 대부분 폴란드 각 가정에서 일반 국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여유가 있거나 남는 방이 있는 사람들이 지원센터에 신고하면 개별 가정에 들어가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주요 도시에서는 주말마다 우크라이나 난민과 합동으로 러시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난민유입에 따른 불편함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반발 여론이 크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떠나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다. 본인의 차를 끌고 국경을 빠져나와 바르샤바 등 주요 지역에서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이 때문에 크라쿠프나 바르샤바 등에서는 왼쪽 하단에 우크라이나 국가가 표시(UA)된 번호판을 단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폴란드 제2도시 크라쿠프 시내 전경 사진=김영권 기자
폴란드 제2도시 크라쿠프 시내 전경 사진=김영권 기자

■월세 폭등·주차난·교통체증, 돌아선 민심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차량정체도 심해지고 과거에는 없던 주차난까지 생겼다. 폴란드에서 대부분의 주택은 소유가 아니라 월세 개념이다. 바르샤바의 경우 난민유입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과거 월 300만원가량이던 주택 임대가격이 700만~800만원까지 올랐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폴란드의 배려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폴란드 정부에서는 처음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인 가정에 하루 40즈워티(약 1만2000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지급된 적은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자신들을 받아들여 돈을 받았으니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라는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에서도 잡음이 많다. 폴란드는 현재 난민이 원할 경우 일반 국민과 동일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바르샤바의 한 한국인 가이드는 "돈이 없어서 학업을 중단한다면 이해하지만 고급차를 몰고 다니면서 학비를 내기 싫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 불만이 크다"면서 "그동안의 배려를 특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급등으로 국민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전쟁 직전인 올 2월에만 해도 경유 가격이 L당 1700원가량이었다면 8월 정점을 찍었을 때는 2400원대까지 올랐다.
특히 최근 수년간 가뜩이나 상승세를 보이던 전기료가 급등한 것도 부담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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