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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미래의 역량 디지털 문해력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0 18:15

수정 2022.09.20 18:15

[fn광장] 미래의 역량 디지털 문해력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궁금한 내용을 검색하면 금세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올바른 정보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 기술은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오히려 문해력은 낮아지고 있다.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해석하거나, '사흘 연휴'라는 보도에 "왜 3일 연휴인데 사(4)흘이라고 보도하느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이에 문해력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그 대안으로 한자어휘력 교육이니 사전찾기 등이 제안되지만 이는 부분적 접근일 뿐이다. 문해력에 대한 우려도 이슈가 생기면 잠시 반짝하다 해결책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디지털 문해력은 단순한 읽기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찾아 평가하고 조합하는 능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1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2018)를 바탕으로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계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만 15세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읽기영역에서 514점으로 평균 487점보다 높아 OECD 37개 회원국 중 5위였다. 반면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문항의 정답률이 25.6%로 평균 47.4%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읽기능력이 높으면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역량도 높게 나타난 경향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2021년 3월 교육방송(EBS)이 방영한 '당신의 문해력'을 보면 특정 세대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세대가 긴 글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간단한 읽고 쓰기인 기초문해력이 높은데도 정보의 진위 여부와 올바른 해석에 의한 판단인 비판문해력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 교육환경이 빠르게 정보를 탐색하는 데 집중돼 있고, 정보의 질을 평가해 선택하고 조합하는 데는 소홀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를 빠르게 탐색하다 보면 글을 집중해서 읽고 깊이 생각하기보다 분절된 정보들을 대충 훑어보는 비선형적 읽기가 습관화된다. 이렇게 얻은 정보들은 논리적으로 조직화되지 않아서 비판적으로 문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교육경험 부족을 들 수 있다. '학교에서 온라인 정보의 편향성을 식별하는 교육경험'을 묻는 설문에서 한국 학생들의 경험은 49.1%로 OECD 평균 54%에 비해 비교적 낮았다. 반면 기초문해력과 비판문해력이 모두 높은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의 학생들은 해당 교육경험 비율이 70%가 넘었다. 이처럼 디지털 문해력, 특히 비판문해력의 함양은 관련 교육경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온라인 이용 시간은 가파르게 늘어나 그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미래의 경쟁력이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 속성을 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소양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나 평생교육기관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에 대한 교육은 많이 제공되고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 교육은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디지털 문해력 함양을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교육 실천이 절실히 필요하다.

■약력 △64세 △한양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회장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독서위원장 △문화로드 대표 △고려대학교 강사

이소영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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