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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업실리콘밸리] 세계적 반도체 석학의 고심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0 18:16

수정 2022.09.21 07:19

[왓츠업실리콘밸리] 세계적 반도체 석학의 고심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세계적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본사, 이곳에서 약 4마일(6㎞) 떨어진 곳에 반도체공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등장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실리콘밸리 디지털 유니콘·스타트업 현장 간담회' 얘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자유토론이 이뤄졌다. 이 장관이 자리를 한 만큼 반도체 관련 토론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 참석자가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의 반대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이 장관은 즉석에서 "팹센트릭(Fabcentric·생산중심)은 어떠냐"는 답을 내놓을 정도로 반도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그의 지식과 재치에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 반도체기업이 미국 반도체기업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다른 참석자의 발언이 나오면서다. 구체적으로 미국 반도체기업이 중국에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 가격까지 깎고 있다는 사례를 들은 이 장관의 표정은 굳어졌다. 세계적 첨단산업 중심지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한가운데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참석자 모두가 한국 반도체산업이 정말 위기를 맞았다는 것에 공감을 표시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든 중국 같은 경쟁자가 나타나 한국을 제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반도체가 어떤 산업인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이 반도체산업을 중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인프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도체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부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부른 까닭이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은 우리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하는 등 반도체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상은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에 참여를 요청받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 '칩4'가 중국 고립을 위한 미국의 전략이기도 하지만 한국 반도체가 형편없었다면 국익을 중시하는 미국은 당연히 한국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도체산업 분야는 속도 경쟁,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후발주자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데 우리는 더딘 걸음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해법이 도출돼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도체산업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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