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에르메스 '버섯 인조가죽'…韓 스타트업도 만든다

뉴스1

입력 2022.09.21 12:00

수정 2022.09.22 01:03

이영 중기부 장관이 한‧미 스타트업 서밋을 찾아 마이셀 등 한국내 스타트업 부스에서 기술 설명을 듣는 모습(중기부 제공)
이영 중기부 장관이 한‧미 스타트업 서밋을 찾아 마이셀 등 한국내 스타트업 부스에서 기술 설명을 듣는 모습(중기부 제공)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 마련된 마이셀 부스(사진=임해중 기자)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 마련된 마이셀 부스(사진=임해중 기자)


(뉴욕=뉴스1) 임해중 기자 = "버섯으로 만든 가죽이라고요?"

미국 현지 내방객은 버섯으로 만들었다는 말에 표정이 변했다. 전시된 차량 시트를 만져보던 방문객은 버섯으로 만든 제품이 맞는지 되물었다. 사성진 마이셀 대표가 일반 소가죽과 기능‧심미적인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그만큼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미국 뉴욕 Pier 17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KOREA-U.S. STARTUP SUMMIT)'에 참가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상당했다.



버섯 균사체 원단을 만드는 마이셀이 이중 하나다. 버섯을 이용한 인조가죽을 개발·생산하는 곳은 세계에서 4곳밖에 없다. 지난해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마이코웍스와 협업해 버섯 균사체 원단을 사용한 가방을 출시한 바 있다.

균사체는 실이나 솜털, 뿌리와 비슷한 형태의 버섯 몸체다. 환경 적응력이 우수한 균사들은 여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의 균사체 형성이 가능하다. 인조가죽은 이런 특징을 이용해 평평한 원단 모양의 균사체 성장을 유도한 뒤 가공·제조한다.

동물 가죽이 아닌데다 무한 재생이 가능한 지속가능한 친환경 신소재다.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인조가죽 생산기술의 핵심은 빠르게, 원하는 면적으로 어떻게 키우는가다. 생산 및 관리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데 마이셀은 400여종의 균사를 관리하고 있다. 이중 버섯 가죽 생산에 활용되는 균사는 13종이다.

에르메스가 미국 테크기업과 협업으로 내놓은 버섯 인조가죽을 국내 기업도 개발·생산했다는 사실보다 품질이 놀라웠다. 손으로 눌러보자 소가죽과 일반 인조가죽 중간 정도로 느껴졌다.

아직 상용화 전이어서 양산 시설은 없다. 마이셀은 내년 3분기까지 하루 생산량 300㎡규모의 생산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내장재 가죽은 4000㎡가량이다. 양산 전 실용화 검증을 위한 시험생산 시설이다.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면 차량에 쓰는 천연가죽 등을 대체할 수 있다. 동물 가죽은 가공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 소비와 함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과거 가죽 가공 공장 주변 하천이 오염됐던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합성피혁은 천연가죽 특유의 질감과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페차시에도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반면 버섯 균사체 가죽은 공정 단계가 많지 않은데다 폐기물 발생량이 적다. 가죽 생산에 필요한 물 양은 천연가죽의 1%가량이다. 기존 인조가죽과 비교해 생산비용도 낮아 양산화 단계에서 현대차 등 완성차 브랜드 내장재로 납품될 가능성이 있다.

사성진 대표는 "기능적으로는 소가죽과 차이가 없다"며 "㎡ 당 생산비용은 3만∼4만원가량으로 중위 수준 가격과 비슷하고 양산화 단계에서 비용절감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은 있다"고 했다.


한편 마이셀은 현대자동차 직원 3명이 회사로부터 15억원을 지원받아 시작한 사내 스타트업이다. 2020년 상반기 분사했다.
균사체 인조가죽과 함께 누룩균을 이용한 대안육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