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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투자도 안 먹히네… 멀티에셋·EMP '비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2 17:55

수정 2022.09.22 17:58

대체투자 시장까지 긴축 충격파
분산투자도 안 먹히네… 멀티에셋·EMP '비실'
증시 피난처가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분산투자 상품으로 꼽히는 멀티에셋 및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마저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며 자금 이탈이 감지되고 있다. 각국의 긴축이 계속되며 주식뿐만 아니라 대체투자 시장도 힘을 쓰지 못하는 탓이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37개 멀티에셋펀드에서 최근 3개월(21일 기준)과 6개월 사이 각각 35억원, 215억원이 빠져나갔다.

멀티에셋펀드는 주식, 채권을 비롯해 원자재, 부동산, 외환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자산별 상관관계 등을 활용하는 자산배분 전략으로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올해 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주식과 채권 동반 약세장이 찾아왔고, 멀티에셋펀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까지 잔뜩 움츠리면서 분산투자 상품 역시 당분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 같은 리스크는 2024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같은 기간 52개 EMP 펀드에서도 각각 459억원, 502억원이 유출됐다.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전체 자산의 절반을 투자하는 상품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자산비중 조절이 특징이다.

멀티에셋펀드와 마찬가지로 긴 조정기를 거치며 방어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 들어 멀티에셋펀드와 EMP펀드는 각각 12.53%, 15.14% 손실을 기록했다.

떠난 자금이 분산투자 상품으로 발걸음을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IBK자산운용은 'IBK 콴텍 디지털포트 EMP 펀드'를 출시했고, 삼성자산운용은 '삼성모멘텀분할매매EMP'를 설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은 시장 사정이 녹록지 않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지난 15년간 자산 버블은 부풀었고, 초저금리와 호황으로 금융 레버리지는 폭증한 상태다.
임계점을 넘는 금리 인상을 견디기 힘든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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