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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Tech]"벽에도 귀가 있다"…말의 힘을 키운 '녹음 기술'

과거 LP를 직접 경험한 세대뿐 아니라 레트로(복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 코로나19로 늘어난 집안 생활로 인해 턴테이블과 LP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올해 상반기 턴테이블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30% 증가했다. LP 판매량 또한 증가 추세다. 온라인 서점 예스 24의 전년 대비 LP 판매량은 지난 2018년부터, 26.8%, 24%로 늘었다가 지난해 73.1% 뛰었다.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레코드에서 턴테이블이 작동되고 있다. 2021.8.9/뉴스1 ⓒ News1 이승배
과거 LP를 직접 경험한 세대뿐 아니라 레트로(복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 코로나19로 늘어난 집안 생활로 인해 턴테이블과 LP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올해 상반기 턴테이블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30% 증가했다. LP 판매량 또한 증가 추세다. 온라인 서점 예스 24의 전년 대비 LP 판매량은 지난 2018년부터, 26.8%, 24%로 늘었다가 지난해 73.1% 뛰었다.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레코드에서 턴테이블이 작동되고 있다. 2021.8.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벽에도 귀가 있다."

말을 조심해야한다는 의미의 관용구다. 이 관용구는 현대 기술을 만나 그 의미가 깊어졌다. 과거에는 한 번 입 밖으로 나오면 공기 중으로 흩어졌던 말이 기술 발전으로 고스란히 저장·복제·전파가 가능해졌다. 그냥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던 말이 기록되고, 녹음이 되기도 하면서 그 파급력도 커졌다.

녹음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사람의 말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그것을 들은 사람의 기억에만 남는 방식이었다.

현대적인 녹음 기술은 토머스 에디슨의 축음기 발명으로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됐다. 이 축음기는 소리를 기계 진동으로 바꾸고, 그 진동을 얇은 금속에 홈으로 새겨지게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사람의 기억이 아닌 실체 있는 물건으로 소리를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LP판도 이러한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플라스틱의 도입과 같은 재질의 발전으로 더 밀도 있고, 질 좋은 소리의 기록이 가능해졌다. LP를 재생할 수 있는 전자 축음기(전축)도 기본적으로는 초기의 축음기처럼 기록 매체에 새겨진 홈을 미세한 바늘로 읽고, 진동을 증폭해 재생하는 원리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과거 태엽을 이용한 기계적 방법이 아니라 전자기 현상을 이용해 소리를 읽어낸다는 점이 다르다.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기술은 저장 매체뿐 아니라 마이크의 기본 원리다. 거꾸로 전기 신호를 진동으로 변환하는 기술은 스피커에 활용된다.

녹음 및 재생 기술의 발달은 단순히 '말'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복제·전파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때부터 사람의 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됐다. 말을 한순간 그 자리에 없더라도 말이 녹음만 됐다면 생생하게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시공간의 한계를 넘은 '말'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역은 유성 영화로 대표되는 '오락'과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정치'였다.
특히 나치 독일은 라디오 생방송과 녹음 연설을 통해 국가 구성원을 선동하는 데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LP판 이후에도 금속의 자성을 이용한 자기테이프, 레이저로 정보를 읽고 쓰는 광학 저장 매체, 현대의 전자 저장 장치 등 기록 장치는 소리뿐 아니라 각종 정보를 담을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

기술이 발전하며 정밀화·소형화된 녹음 기기는 도청 장치가 되어 독재자와 범죄자의 무기가 되기도 했지만, 거꾸로 진실을 기록하고 결정적 증언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