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디지털위장수사 1년]①성과 냈지만…진화한 범죄 대응엔 한계

뉴시스

입력 2022.09.24 08:00

수정 2022.09.24 08:00

기사내용 요약
'제2 n번방' 사건 놓고 경찰 늑장대응 지적
위장수사 걸러내려 회원 신원 인증 요구도
"진화하는 범죄, 경찰 수사기법도 고도화돼야"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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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경찰관이 신분을 감추거나 속인 채 수사를 할 수 있는 위장수사가 24일로 도입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경찰은 위장수사를 통해 261명을 붙잡는 등 성과를 냈지만, 다수 미성년자의 성착취 영상을 찍어 유포한 이른바 '제2 n번방 사건'이 발생하는 등 관련 범죄는 계속되고 있다. 범죄는 진화하지만 제도는 이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 시행으로 지난해 9월24일 시행됐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수사하는 신분 비공개수사와 문서·전자기록 등을 활용해 신분을 꾸며내는 신분 위장수사로 구분된다. 신분 비공개수사는 상급경찰관서 사전 승인을, 신분 위장수사는 검찰 청구와 법원 허가를 받도록 하는 식으로 통제가 이뤄진다.


경찰은 지난 1년 간 총 183건의 위장수사를 벌여 261명을 검거하고 22명을 구속했다.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온라인 그루밍'을 한 뒤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한 혐의 등인데, 검거된 이들은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유포해오고 있었다. 성착취물도 아동·청소년의 얼굴에 성인 신체 사진을 합성하는 등 다양했다.

하지만 아직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새로운 수사 방식에 대응해 범죄 수법과 양상이 발빠르게 고도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성착취물 거래가 이뤄지는 SNS 메신저 등에서는 경찰관은 물론 시민단체나 기자 등을 걸러내기 위해 특정 인증 절차를 거쳐 신원이 확인된 이들만 입장시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인증을 통과한 이들에게는 더욱 수위 높은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식으로 알려졌다.

'제2 n번방' 사건처럼 수사망을 피하려고 수시로 텔레그램 계정 아이디를 바꾸거나 대화방을 폭파시키는 것은 물론, IP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교묘한 범죄수법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는 것이다.

제도가 시행됐지만 안착을 위한 인력이나 예산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2 n번방' 사건은 피해자가 올해 초 신고했지만 수개월간 진척이 없다가, 이달 들어서야 서울경찰청이 기존의 1개 팀에서 총 35명, 6개 팀으로 전담수사팀(TF)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한정된 인력을 어떻게 배분할 지가 고민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디지털성범죄 전담 수사인력은 109명, 이 가운데 위장수사인력은 37명에 불과하다. 전문 인력이 한정되다 보니 경찰이 주목받는 사건에 인력에 집중하면, 상대적으로 그 외 사건의 수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경찰의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 지원 예산은 지난해 2억7200만원에서 올해 1억5500만원으로 삭감되기도 했다.

일선 수사 현장에선 지능적으로 변모해가는 범죄 발맞춰 경찰의 수사기법도 함께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성착취물 범죄를 잡기 위해 경찰이 위장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적절한 범위 내에서 허용된 수사 도구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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