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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외로움,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5 18:26

수정 2022.09.25 18:26

[차관칼럼] 외로움,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근대 이후 인간의 외로움은 근현대 문학작품 속 이야기의 단골 소재였다. 20세기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작품 속에 내내 흐르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과 비유로 위대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과 '맥베스'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면 어느새 외로움이 우리 삶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로 받아들였던 '외로움'은 최근 현실적인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정서적 외로움을 그간 개인 차원의 문제이자 부차적 문제로 간주해왔지만, 이제는 이를 방치하면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건강에 위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극단적 상황도 초래해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한국의 1인가구는 약 600만가구를 차지하며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고, 2021년 기준으로 한국 사람들의 22.2%가 정서적으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2년 넘게 사회적 교류의 제약을 가져온 코로나19 상황은 외로움의 사회문제를 더욱 심화시켜 왔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외로움 문제 대처에 힘쓰는 나라들이 있다. 사회문제로서 외로움의 실태를 추적 조사해왔던 영국은 2018년 정부 차원의 '연결사회 외로움 대응전략'을 발표하며 문화부 산하에 '고독부'라는 차관급 정부 조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내각관방의 외로움 고립대책 담당실에서 범정부 협의체를 운영하며 다른 국가들과의 국제적인 협력과 대응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도 서울 동작구에서 외로움 사례관리 사업을 시범 시행하고 있다. 한국심리학회와 함께 서울 동작구 지역에서 주민 밀착도가 높은 동네 카페, 미용실, 약국 등을 통해 찾아낸 외로움을 느끼는 주위의 이웃과 동료들을 대상으로 인문상담과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활동 등의 사회적 연결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자율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사회적·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진 참가자들은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주변인의 동참을 권유하는 등 선순환 구조도 이뤄지는 성과를 얻고 있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하기'가 가장 쉽고도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기보다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로움은 나누는 것만으로 의지가 된다는 점에서 이 사업에서 제공하는 인문상담 및 문화예술 체험 등을 활용한 사회적 연결 프로그램들은 우리 사회에서 '문화'가 갖는 그 가치와 힘을 확인하게 해준다.

외로움은 개인의 성장과 성취 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삶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위대한 예술가나 사상가들의 삶을 비춰 보면, 외로움을 성장 기반으로 연결해낸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지닌 문화·예술·체육 분야의 역량을 모아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처방'에 힘써야 할 이유다.
음식이 필요할 때 배고픔을 느끼는 것처럼 친밀한 관계가 필요할 때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정서인 외로움도 병원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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