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도입된 스토킹 처벌법은 사건을 막기에는 너무 무력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법 제정 당시 법무부는 법사위 소위에서 "본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접근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있으므로 피해자의 의사에 기초해서도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일관성 때문에 반의사불벌죄로 했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가정폭력, 스토킹같이 지인에 의한 범죄 확률이 높고 반복적이며 재발 우려가 큰 범죄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는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무부는 처벌 강화에는 신중하다 못해 소극적이었다.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해야 마지못해서 하니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의제 강간 나이를 13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됐다. 당시 법무부는 법사위 회의에 출석, "13살만 돼도 성 의식이 상당히 발달한다. 외양으로 13세인지 16세인지 분간이 어렵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는 의제 강간 나이를 상향하자고 주장했고, 법무부는 소극적이었다. 당시 법사위에 참석했던 필자는 법무부의 주장을 듣고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해야 제도개선이 이루어질지 답답하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제도개선들은 조두순 사건, N번방 사건같이 피해자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이루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예전에 그랬듯이 사건이 일어나니 정부, 국회, 언론, 단체들이 앞다투어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처의 대응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성가족부 장관은 신당동 사건을 여성 혐오범죄가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여가부는 한술 더 떠 해당 사건이 여성 혐오범죄인지 아닌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와 달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스토킹 범죄 자체는 꼭 남녀를 가릴 문제는 아니지만, 대부분 범죄는 완력이 약한 여성이 피해를 본 적이 많이 있다. 그 점을 고려한 정부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 장관은 법무부 장관처럼 말하고 있고, 법무부 장관은 여가부 장관처럼 말한다. 아무리 봐도 두 부처의 역할이 바뀐 것 같다. 나아가 한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파격적인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법 처벌 강화를 위한 입법에 있어서 법무부가 그동안 소극적이었기에 달라진 법무부가 낯설지만 일단 믿어보고 싶고, 기대된다. 이러다가는 여가부가 폐지되더라도 법무부가 여가부 업무를 맡아도 되겠다는 사람이 늘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법무부가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선제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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