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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 제일 위험" 경고 흘려듣지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7 18:21

수정 2022.09.27 18:21

블룸버그통신 원화를 지목
환율 방어수단 총동원 시급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143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143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6일 아시아에 '제2의 외환위기' 불안이 드리우고 있다며 위험한 국가의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가치 급락을 원인으로 꼽았다. 두 화폐의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 아시아에서 자본이탈이 가속화해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이른바 '포치(破七)' 현상이 발생했다.
엔·달러 환율도 1999년 8월 이후 최저치로 폭락, 달러당 145엔에 접근했다. 두 화폐는 아시아 통화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신흥국 통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 전체의 통화시장을 불안하게 한다는 말이다.

이 통신사가 한국을 위험한 국가로 지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상수지 적자다. 한국 외에도 태국, 필리핀을 그런 범주에 넣었다. 무역수지 적자가 6개월 연속 이어져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해 왔는데 8월부터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 들어 조금씩 줄어드는 외환보유액 규모를 더 축소시키게 된다.

외국 언론사의 분석을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 우리 정부는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원화가치가 많이 떨어졌지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질실효환율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7월 기준 101.4(2010년=100)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연도(2010년) 대비 고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은 저평가 국면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그렇더라도 이런 경고를 애써 외면할 이유는 없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앞으로가 문제다. 일본과 중국은 경기하락을 막고자 고금리 정책과 환율방어에 소극적이다. 위안화와 엔화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화가치도 동반하락한다면 일각에서 걱정하듯이 1500원 선도 안심하지 못한다. 이 선마저 무너지면 달러 유출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위기는 늘 방어벽이 허술한 틈을 뚫고 들어온다. 전 국민을 악몽 같은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외환위기 때가 그랬다. 유비무환의 자세는 그래서 중요하다.
정부는 원화가치의 추가적 하락을 막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 다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이한 자세만큼은 금물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도 계속 타진해야 하고, 조선사 선물환 매입 등 부차적 대응방안도 발굴해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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