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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BoE, 101조원 긴급 채권매입 개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9 01:47

수정 2022.09.29 01:47

[파이낸셜뉴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28일(현지시간)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 65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런던 금융중심가인 시티의 BoE 본부. 로이터뉴스1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28일(현지시간)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해 65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달 4일 런던 금융중심가인 시티의 BoE 본부. 로이터뉴스1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28일(이하 현지시간)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650억파운드(약 101조원) 규모의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앞으로 13일 동안 하루에 50억파운드어치 채권을 사들여 국채 가격 폭락을 막기로 했다.

크와시 콰틍 재무장관이 23일 450억파운드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뒤 영국 국채(길트) 가격이 폭락하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폭등하자 긴급 대응에 나선 것이다.

BoE는 이날 지난주 콰틍 장관의 감세와 대규모 재정적자 계획이 영국 국채시장 혼란을 불렀다면서 이로인해 "영국 금융안정성이 실질적인 위험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길트 매각 중단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oE는 이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길트 매각 프로그램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길트를 사들이겠다고 한 데 따른 당연한 조처다.

국채를 매각하는 것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한다는 뜻으로 그만큼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와 국채 발행 계획으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리면서 BoE가 인플레이션 억제 수단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인플레이션 악화 우려
BoE는 그러나 지금은 구제금융설이 나도는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BoE는 이날부터 앞으로 주말을 제외한 13일 동안 장기 국채를 하루 50억파운드어치씩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곧바로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하루에 50억파운드가 시장에 유입되면 통화량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델스방켄의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대니얼 마호니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하는 와중에 이번 조처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BoE는 대규모 유동성이 투입된다고 해도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BoE는 "금융여건이 팍팍하고, 이때문에 실물 경제로 흘러 드는 신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채시장 회복, 파운드는 하락
금융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BoE가 직접 유동성을 공급해 국채를 사들이기로 함에 따라 국채 시장은 급속히 안정을 찾았지만 파운드화 가치는 또 떨어졌다.

파운드는 이날 오후 런던 시장에서 파운드당 0.8% 더 내린 1.064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안정조처 서둘러라"
은행들은 이날 오전 콰틍 재무장관을 만나 시장 안정화 조처를 계획한 시점인 11월 23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UBS, JP모간, 도이체방크,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은행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11월 23일은 너무 멀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은행 대표는 은행 대표들이 콰틍 장관에게 시장과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질서가 잡힌 시장이 아무 것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당장 내일 예상치 못한 소식에 패닉에 빠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장관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인 노동당은 이날 의회를 소집해 콰틍의 감세·재정적자 계획이 철회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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