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심장수술한 104세 코로나도 극복…치병장수의 축복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9 18:09

수정 2022.09.29 18:09

Weekend 헬스
(7) 팬데믹 시대의 백세인
전남 화순에 사는 1918년생 김서균씨
퇴행성 질환·코로나 이기고 일상 복귀
100세이상 절반은 질병 치료하고 생존
의술 발달로 그 비율 계속 늘어날 전망
심장수술한 104세 코로나도 극복…치병장수의 축복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장수는 인간의 오복 중에서 첫째이다. 그만큼 장수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염원이었으며, 으레 전혀 병도 앓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무병장수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백세인을 만나보면 평생을 병을 앓지 않고 살아온 것만이 아니라 수많은 질환과 고초를 이겨낸 경우를 많이 본다. 장수의 패턴을 아무런 병이 없이 장수한 무병(無病)장수, 여러 질병을 앓았어도 병을 모두 치료하여 건강을 회복한 치병(治病)장수, 여러 잔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상관없이 장수하는 극병(克病)장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제백세인학회에서는 백세인패턴을 학술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령 80세를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에 여러 질병이나 건강위협이 있었으나 치료하고 살아남은 집단을 생존군(Survivors), 건강하게 살아 왔지만 80세 이후에 건강위협에 처하여 온 집단을 지연군(Delayers), 평생 건강위협을 받지 않고 살아온 집단을 회피군(Escapers)으로 분류하였다.
일본이나 미국의 자료를 보면 무병장수에 준하는 회피군이 50%, 극병장수에 준하는 지연군이 35%, 치병장수에 준하는 생존군이 15%에 이른다. 백세인 중 절반은 무병장수를 누리고 살아왔지만 나머지 절반은 건강위협을 이겨내어 장수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백세인을 남녀 성별로 나누어 보면 생존군은 남자의 24%, 여자의 43%, 지연군은 남자의 43% 여자의 42%, 회피군은 남자의 32% 여자의 15%이다. 남자의 경우 무병장수군이 더 많고 여자의 경우는 치병장수군이 더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성의 경우 자신들의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 노력을 통해서 건강위협을 그만큼 적게 받아온 분들이 장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는 여러 가지 질병을 앓더라도 회복하여 장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백세인의 건강상태를 비교해 보면 비록 숫자는 적지만 남성 백세인이 여성 백세인보다 훨씬 더 건강하다.

이러한 사실은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과학기술과 의료의 발전에 의한 장수의 혜택을 여성들이 더 많이 받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의술이 미비하였던 시절에는 여러 질환들 때문에 결국 삶의 질이 떨어지고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이 극복되어 치병장수의 사례가 무병장수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결국 장수사회가 크게 확장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80대 이상 고령인의 치사율이 20%를 초과하여 고령사회에 큰 위협이 되었으나 의외로 백세인의 경우는 치사율이 5% 미만으로 밝혀져 그 요인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3대 치사요인은 고령, 남성, 기저질환인데 백세인은 대표적인 기저질환인 당뇨와 고혈압 이환율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인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백세인의 모습은 생명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백살이 넘는 연령에도 코로나19를 거뜬히 이겨내고 여러 가지 건강위협을 모두 극복해낸 특별한 치병장수의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전남 화순군에 사는 김서균님은 1918년생으로 현재 만 104세이다. 48세에 남편을 사별하고 7남매를 혼자 양육한 전형적인 우리 전통사회의 어머니다. 세상풍파를 다 겪어내고 살다가 결국 77세부터 여러 질환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퇴행성노인질환을 차례로 앓게 되었지만 결국 모두 이겨낸 대표적인 지연군(Delayers)의 한 분으로 치병장수의 삶을 당당하게 살고 있다.

김서균님이 겪은 건강위협을 연대별로 살펴보면 77세에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 치료 후 지팡이를 짚으며 생활하다가 90세부터는 보행기를 사용하였고 99세부터는 휠체어로 바꾸어 사용하였다. 93세에는 흉추압박골절로 세 차례나 입원치료를 하였으며, 94세에는 백내장 수술을 2차례 받았다. 또한 98세에는 황반변성으로 다섯 차례 주사요법을 받았으며, 99세에는 요추압박골절로 다시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다가 100세가 되어서는 심근경색이 와서 1차풍선확장수술을 받았다. 또한 101세에는 심근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2차례 받았다. 특히 101세에 스텐트를 시술한 사례는 국내최고령 심장시술기록이 되었으며 국제적으로도 이런 초고령인 시술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후 건강이 회복되어 가족들과 여행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마무리되어가던 올여름 104세가 되어서는 다시 코로나19를 앓게 되었으나 역시 회복하여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관절염, 척추골절, 백내장, 황반변성, 심근경색 등 교과서적인 노인성 퇴행성질환과 코로나19라는 역병의 위협을 받으면서 결국 모두 극복하고 이겨내어 생명을 지켜낸 과정은 생명의 거룩함을 지켜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분의 경우가 특별한 점은 넷째 아드님이 의료인이면서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직접 모시고 살기 때문에 의료 접근성이 보다 용이하여 일반화하기는 한계가 있지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고령화되어 가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퇴행성 질환을 차례로 모두 이겨내어 불사조처럼 다시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과거 같으면 치료법이 없거나 미비하였던 질환들을 이제는 의료와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해결하고 일상에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장수사회에 밝은 등불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노력에 의한 무병장수와 더불어 과학기술과 의술의 발전에 따른 치병장수의 증가는 장수사회의 새로운 방향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병리적 질환뿐 아니라 생리적 기능도 보완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의료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구수명연장에 따른 수많은 우려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이 되리라 기대하며 나이듦의 거룩함을 지켜주는 주춧돌이 아닐 수 없다.

박상철 전남대 의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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