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한방' 노리다 '훅' 갈판… 사흘간 반대매매 1000억 육박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2 17:52

수정 2022.10.02 17:52

빚투개미 덮친 반대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 20%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
인버스 '폭탄돌리기'도 위험수위
'한방' 노리다 '훅' 갈판… 사흘간 반대매매 1000억 육박
연일 주가가 급락하자 '실탄' 없이 신용거래를 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매매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3거래일간 반대매매 금액은 10여년 만에 최대치인 1000억원에 육박했다. 반대매매는 신용 대출로 주식을 샀다가 약정기간 내에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개미들은 빚을 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등으로 아슬아슬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 미수 거래가 늘수록 증시 하락공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3거래일 반대매매 1000억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9월 29일 기준)은 298억원으로 8월 말과 비교해 92.71%가 늘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276.9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반대매매 금액이 382억원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101.51%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반대매매 금액이 300억원을 넘은 것은 올해 1월 11일(313억원), 6월 15일(315억원)과 16일(302억원) 이후 네 번째다.

같은 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20.1%였다. 2009년 7월 14일(21.8%)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당시(366억700만원)보다 규모가 더 크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신용융자(대출)로 주식을 매입한 뒤 약정한 기간 내에 갚지 못할 경우 투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 처분하는 것이다. 계좌 평가금액이 주가 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통상 140%) 밑으로 떨어지면 2거래일 후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지난달 27일에 이어 28일(294억원), 29일(298억원)까지 하루 300억원 가까운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3거래일 동안 총 974억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고환율 고물가 등 경기침체 조짐에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대매매가 대거 나오면서 신용거래 융자도 크게 줄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는 8거래일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면 17조4611억원까지 빠졌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1978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506억원이 줄어 각각 9조3646억원, 8조966억원을 기록했다. 9월 한때 19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던 신용거래 융자가 2조원이나 축소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나왔고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면서 미리 매물을 내놓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에도 개미 빚투 여전

이러한 상황에서도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며 빚을 내서라도 한몫을 잡으려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위탁매매 미수금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 27일 2267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9.35% 늘어난데 이어 28일 2856억원, 29일 3802억원으로 날마다 두 자릿수가 훌쩍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수치는 전월 대비 85.18%, 전년 말 대비 18.43% 늘어난 것이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개인투자자의 주식 결제대금이 부족할 경우 증권사가 결제대금을 대신 지급해 주는 것이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대출한다는 점에서 신용거래융자와 비슷하지만 미수거래는 담보비율이 30% 정도로 낮아 적은 돈으로 투자 규모를 크게 불릴 수 있다.

최근 위탁매매 미수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주식들이 바닥으로 추락하자 기술적 반등을 기대한 개인들이 공격적으로 주식 매집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신용잔고가 높은 종목 가운데 코스닥지수를 역추종하는 'KODEX150선물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도 포함돼 있다. 9월 30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신용잔고 비율이 5% 이상인 종목은 186개에 이른다. 코스닥시장만 놓고 보면 155개다.

가장 높은 기업은 선광으로 12.33%다. 선광은 올해 들어 주가가 5만8100원에서 현재 10만1800원으로 75.22% 상승했다. 2위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로 신용잔고비율은 10.92%다.
주가는 9월 한 달 간 17.45% 올랐다. 그 다음으로 삼천리(10.64%), 대성홀딩스(10.00%), 대주산업(9.62%), 디와이피엔에프(9.52%), 티사이언티픽(9.33%) 순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수 거래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반대매매 위험이 커져 시장에 공포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실제 미수거래는 상환 기한이 짧아 3거래일 안에 매도하거나 빌린 돈을 채워 넣지 못하면 강제로 반대매매를 당하게 되는데, 이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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