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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노동법에도 4차 산업혁명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2 18:42

수정 2022.10.02 18:42

[차관칼럼] 노동법에도 4차 산업혁명이 필요하다
내년부터 드론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가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존재했던 머나먼 미래의 일들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의 기술과 산업 변화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대혁신으로 인해 변화의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고 생산시스템과 일하는 방식,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현재 노동법은 1953년 제정된 이래 대량생산 시스템하 전형적인 근로자 중심의 골격을 70년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확산되고,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산업구조와 고용형태가 재편되는 변화 속에서 공장법 시대의 노동법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미래 노동시장에서 효과적인 기준도 될 수 없다.

전통적인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노동법은 법 내에서 보호를 받는 근로자와 법 밖의 사각지대에 있는 일하는 사람 간의 격차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종사자 등 고용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러한 사각지대는 더 확대되고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는 요원해지고 있다.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교섭을 통해 근로자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대변하고자 했던 교섭구조는 소수노조와 비정규 등 미조직 취약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노동법은 기업들이 급속한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비정규 고용, 외주화 등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근로자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장에서는 노동법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월부터 고용노동부와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진행해오고 있는 간담회 등에서 "원청이 직접고용 부담으로 하청 근로자의 근로여건 개선을 주저한다"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는 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을 저해한다" "일률적인 노동법 규율 패러다임이 '전체 노동자 보호'에서 벗어나 '필요성에 따른 보호'로 바뀌어야 한다" 등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환경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노동법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직장인을 대상으로 지난달 진행한 '블라인드앱' 설문조사와 온라인 소통회에서는 불공정한 임금, 근로시간 조정의 어려움, 포괄임금 계약방식 오남용 등의 문제 제기와 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는 당면한 노동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존 틀 내에서 노동법을 보완해 왔지만, 이제는 단편적인 처방에 그칠 게 아니라 노동법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께서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구조하에서 노동법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듯이 개별 당사자의 선택과 자율을 보장하면서 노동시장의 격차를 해소하고 일하는 사람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노동규범을 검토해야 한다.


다음 달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이와 관련한 많은 고민과 과제를 담은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정부도 권고안을 토대로 필요한 입법안을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미래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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