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무역적자 480억달러 예상
한미, 긴밀 협력 약속 재확인
한미, 긴밀 협력 약속 재확인
문제는 경상수지인데 대규모 무역적자는 경상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 한차례 적자를 내고 흑자로 돌아섰지만 아직 발표되지 않은 8월치부터는 적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교역조건 악화는 실질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높인다. 기업의 수익성 역시 나빠진다.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 하락을 가속시켜 달러 유출을 부추긴다. 이는 달러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고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에 직면할 위험성이 커진다. 정부는 9월 기준 외환보유액이 4364억달러로 아직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는 주장한다. 무역적자와 원화 가치의 하락이 내부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생 변수 탓인 것은 맞다. 외환위기와는 성격이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무역적자는 내년에도 개선될 여지가 적다. 외부로만 화살을 돌리고 안일한 자세로 주춤거리다가는 순식간에 달러 유동성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지금이 바로 비상시국임을 알려줘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는 듯하자 해외에 나가 달러를 뿌리는 소수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의 콘퍼런스 콜을 통해 한국의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재확인이라고 한 것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재무장관회의에서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협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긴급할 때 협의 우선권을 갖도록 조르다시피 해야 한다.
양국은 유동성 공급장치가 어떤 것인지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유동성 공급장치는 여러 종류가 있다. 한국은행이 미 국채를 담보로 제공해 달러를 조달하는 피마 레포 기구(FIMA Repo Facility)라는 제도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화스와프다. 필요할 때 마이너스 통장처럼 달러를 빼내 쓰는 만큼 유동성 위기에 즉각 대처할 수 있다.
위기가 아니라고 해도 가능성까지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위기는 위기가 아닐 때 대비해야 한다. 닥치면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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