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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경유차 안탈래"...휘발유보다 비싼 경유 연말까지 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4 05:00

수정 2022.10.04 05:00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8개월 만에 리터당 1700원 아래로 떨어지며 기름값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경유가격의 역전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8개월 만에 리터당 1700원 아래로 떨어지며 기름값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경유가격의 역전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 올해 초 경유차를 구매한 A씨(28, 서울)는 큰 고민에 빠졌다. 차를 살 당시만 해도 L당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높았는데 올해 6월이 지나며 역전됐기 때문이다. 기름값 부담을 덜기 위해 경유차를 선택한 A씨는 차를 처분할까도 생각했지만 ‘곧 제자리를 찾아가겠지’라는 생각으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휘발유보다 높은 경유 가격에 지금이라도 차를 처분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유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국제 유가 안정과 국내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내 휘발유·경유 세금구조 등으로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조만간 원유 생산량 감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휘발유·경유 격차 131원까지 확대

미 연준의 공격적 긴축으로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미 연준의 공격적 긴축으로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L당 181원 가량 높았던 휘발유 가격은 5월 셋째 주 처음으로 경유에 역전됐다. 이후 10원 내외를 오르내리던 가격 차이는 6월 셋째 주부터 경유의 급등으로 가격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6월 넷째 주에는 L당 11원, 9월 넷째 주 131원까지 벌어졌다.

특히 국제 유가 진정으로 기름값 가격 자체는 떨어졌지만 차이가 더 벌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6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동반하락 했다. 이 기간 평균 2148원 수준이었던 두 기름가격은 9월 넷째 주 1770원까지 17.6% 하락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보면 경유 수요가 휘발유 보다 높아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정해지고, 국내로 보면 상대적으로 휘발유에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 때문에 같은 비율의 유류세 인하에도 경유가 효과를 덜 보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여오는 휘발유, 경유 가격은 국제가격에 기초해 국제 경유 가격이 오르면 국내 가격도 오르게 된다.

실제로 올해 1월 첫째 주 배럴당 1달러 이내로 차이나던 국제 휘발유(92RON)와 국제 경유(0.001%) 가격 차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후 큰 폭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경유 주요 생산국이다. 9월 넷째 주에는 국제 휘발유가 배럴당 87.88달러, 경유가 119.76달러로 차이는 32달러 가까이 벌어졌다.

유류세 인하, 가격 격차 더 키워

6월 셋째주 이후 휘발유-경유 가격 격차 추이 (단위:원/리터)
구분 보통휘발유 자동차용경유 가격차
2022년06월3주 2080.94 2082.65 1.71
2022년06월4주 2115.78 2127.17 11.39
2022년06월5주 2137.65 2158.24 20.59
2022년07월1주 2116.78 2150.43 33.65
2022년07월2주 2080.69 2123.3 42.61
2022년07월3주 2013.14 2072.51 59.37
2022년07월4주 1937.71 2015.5 77.79
2022년08월1주 1881.86 1969.76 87.9
2022년08월2주 1833.21 1927.52 94.31
2022년08월3주 1780.15 1878.81 98.66
2022년08월4주 1743.76 1843.56 99.8
2022년08월5주 1740.25 1844.58 104.33
2022년09월1주 1741.18 1852.05 110.87
2022년09월2주 1740.37 1857.67 117.3
2022년09월3주 1731.58 1855.01 123.43
2022년09월4주 1704.85 1836.46 131.61
(출처: 오피넷)

휘발유 세금이 더 높은 국내 가격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그동안 휘발유에 L당 820원의 세금을 부과했지만 경유에는 산업용 연료라는 이유로 581원만 부과했다. 즉, 같은 비율로 유류세 인하를 하면 휘발유의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동맹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오는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대면 정례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감산 논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경유 케파(생산능력)가 휘발유 보다 높은데 원유 생산을 줄이면 경유 생산량이 휘발유 생산량보다 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 정제시설에는 여유가 생긴 반면, 최근 유럽쪽 경유 정제시설 케파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적으로 (경유) 수급이 어렵고 유럽쪽 에너지난이 겨울로 가면서 심해질 가능성도 있어 경유·휘발유 가격 차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도 “아직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안보이는데다 자동차는 내구재라서 (휘발유차로) 당장 바꾸기가 어렵다”며 “현재 경유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연말에도 지금과 같은 가격 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