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개미들도 버린 한전 "전기요금 올려봤자 30조 적자"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05 05:00

수정 2022.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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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올해 실적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한국전력 올해 실적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추가 인상 폭이 포함된 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됐지만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연간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자 폭을 연내 줄이기엔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올라도 주가는 '뚝'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건물 외벽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한국전력이 이날 오후 전기요금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등 차등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건물 외벽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한국전력이 이날 오후 전기요금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등 차등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24% 하락한 1만9850원에 마감됐다. 장중 한 때 주가는 2.24% 내린 1만965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이 유입되며 각각 2.60%, 2.03% 상승했던 한국전력의 주가는 모멘텀 소멸과 함께 다시금 하락 추세다.

특히 개인 투자가들의 실망 매물이 크게 출회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개인은 지난 8월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기대감에 한국전력에 대해 한 달 간 847억원 적극 순매수에 나선 바 있다. 9월 한 달 기준으로 봐도 개인은 128억원 순매수를 유지하며 같은 기간 외국인(-44억원), 기관(-153억원)에 비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코스피가 연일 하락 추세를 보이고 증시 부진이 심화되자 개인은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전력의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지난 9월 19일부터 현재까지 개인의 한국전력 순매도 대금은 무려 488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개인 매물이 출회되는 동안 한국전력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19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지난달 19일부터 367억원에 달하는 매수우위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기관도 53억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주가는 개인 매물이 몰리던 지난 8월 중순 2만2000원선을 기록했지만 증시 전반적인 부진에 지난달 16일 장중 1만8900원까지 하락했다"라며 "전기요금 인상안에도 적자가 해소될 기미가 없고, 주가 하락 폭이 크자 버티지 못한 개인들의 손절이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밝혔다.

증권가 "연내 적자 폭 축소 어려워"

한국전력은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1킬로와트시(kWh)당 2.5원 오른다고 전일 밝혔다. 이전 발표된 올해 기준연료비 잔여 인상분(1kwh당 4.9원)까지 포함하면 1kwh당 총 7.4원이 오르는 것이다.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 강세에 추가 인상까지 이뤄졌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올해 1·4분기 영업손실은 7조8000억원에 달했고, 2·4분기 영업손실도 6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약 14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연간 영업손실은 약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연료비와 구입전력비 증가는 그대로 한국전력의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4·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3·4분기에 이어 1kWh당 5.0원 인상됐지만 총 인상해야 할 연료비조정단가가 52.3원이라는 점에서 터무니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써는 영업손실 폭을 크게 줄이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므로 3·4분기와 유사한 제도 개선을 통해 연료비조정단가 상하한 조정 폭을 확대해 영업손실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4·4분기 뿐만 아니라 3·4분기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치(-6조8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인 -10조원이 예상돼 의미있는 수준의 영업적자 축소는 올해 안에 달성이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물가 부담 속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한 정부의 스탠스 변화에 주목한다면 추가 정책 발표와 에너지 가격 하향 안정화 시 적자 규모가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4분기, 4·4분기 이익 컨센서스는 원자재 가격 및 환율의 추가 상승으로 인해 큰 변동이 없겠지만 내년 이익 전망치는 개선되기 시작하겠다"라며 "만약 연말연시 기준연료비가 1kWh당 10원 이상 추가 인상되고 환율이 1400원 이하로 안정화될 경우 내년 하반기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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